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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 가도 가도 어둔 길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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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22. 가도 가도 어둔 길


아침 일찍 끝정자로 내려가 안속장님과 속장님의 언니를 태우고 아랫작실로 올라갔습니다.
며칠째 앓아누워 있던 속장님의 언니가 작실 집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안속장님 또한 몸이 안 좋은 상태지만 더 아픈 언니를 혼자 보낼 수가 없어 언니를 따라 나섰습니다.
며칠 동안 텅 비어 있던 썰렁한 집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돕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네들, 게다가 걸음도 편치 않은 병약한 몸들입니다.


내려오는 길, 김천복 할머니 댁에 들러 할머니를 모시고 부론으로 나왔습니다, 밀려 있는 객토 대금을 갚으러 농협에 가는 길입니다. 허리굽은 여든의 노인네가 콩과 깨 고추등을 장에 이고 가 푼푼이 팔아 모은 돈으로 빛을 갚으러 갑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웃으며 나누지만 할머니 모시고 부론으로 가는 길은 우울한 길입니다.


12시 원주 ‘태자’에서 모이는 목요성서모임 ?서너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작지만 소중한 작기 때문에 소중한 모임입니다.
저녁 강의가 있어 기다리던 참에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받는 아내의 목소리가 다급합니다.
단강속 이옥분씨가 원주의료원 응급실로 나갔다는 얘기였습니다. 병원으로 달려가니 이옥분 씨는 수술실에, 남편 유원일씨는 바깥 복도에서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50이 다 되어 단강교회애서 결혼식을 올린 부부입니다. 어렵게 만난 두 사람 주례를 내가 맡았습니다.
한참 만에 수술실 문이 열렸고 두 분 의사 선생님이 나왔습니다. 급성 맹장염인줄 알고 복개를 했는데 맹장 보다는 몸속에서 몇 개의 혹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혹이 난 부분을 도려내야 될 것 같다 보호자 의견을 물으러 나온 것이었습니다,
불안함을 어쩌지 못하는 유원일씨는 살려달라고 어떻게든 살려만 달라고 애원을 했습니다. 생사가 걸린 문제는 아니라 했지만 유원일씨의 불안은 가실줄을 몰랐습니다.
혹난 부분을 도려내면 아기를 가질 수 없게 된다고 원일 씨에게 설명을 하자 얘길 들은 의사가 깜짝 놀랍니다. 두 사람의 사정을 알리 없었기 때문입니다.
혹 두 사람에게 가장 큰 축복으로 찾아 올지도 몰랐던 한 가능성이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더더욱 유원일 씨는 장자, 쉽지 않은 순간이었습니다.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마침 수술의 마취를 맡았던 선생님이 평소 아는 분이라 늦게까지 많은 배려를 해 주었습니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그렇다고 걱정이 모두 끝난 건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뻔한 살림, 무엇으로 병원비를 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었습니다.
더더욱 뒤죽박죽 된 상황, 의료보험 관계를 알아 보다 보니 환자의 이름이 ‘이옥분’이 아니고 ‘박옥분’이고, 환자 이름도 모르고 일을 본다는 듯 창밖으로 내다보는 병원 직원의 시선이 딱하고, 결혼신고는 물론 퇴거신고도 안된 상태,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하고,
신신당부에도 원일씨는 술을 먹고 “어떻게든 너를 살리겠다”고 계속 울먹이고
늦은 밤 돌아오는 길, 어깨를 내리누르는 무거운 무게.
사방 캄캄한, 가도 어두운 길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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