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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애광원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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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44.애광원


이번 여름을 보내면서 가장 인상적인 일은 애광원을 방문한 일이었다. 거제도, 한 정치가의 고향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곳은 차로 열 시간 이상이 걸리는 먼 곳이었다. 지도를 펴 놓고 확인해보니 남쪽의 맨 끄트머리 한쪽 구석이였다. 춘천의 권오서 목사님과 사모님, 서울의 유경선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나 그렇게 다섯 명이 동행하게 되었다.
애광원은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이 아름답게 어울린 장승포의 한 언덕배기에 있었다. 건물자체가 애광원의 성격을 말해주는 듯 했다.
애광원은 정신지체아 (그 동안은 정신박약아를 줄여 ‘정박아’라 불렀는데 ‘박약’이라는 말이 제로(0)라는 뜻을 가진 일본식 표현이라는 한 분의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박약’이라는 말보다는 ‘지체’라는 말이 옳다는 지적이었다)들을 돌보는 특수기관이었다. 물리치, 작업치료, 언어치료등 의료재활 활동과 직조·봉제·도예·조화·축산.칠보·염색·원예등 작업재활 활동, 화훼·버섯재배·무공해 채소재배 등 자립작업장이 운영되는 애광원과 중증 장애자를 수용하고 있는 ‘민들레 집’이 언니와 동생 두 분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도착한 다음날 원장님의 안내로 애광원을 두루 돌아본 우리는 내내 말을 잃고 말았다. 무책임한 말이라 할진 몰라도 수용되어 있는 한 아이 한 아이는 그야말로 ‘버려진 생명’들이었다. 누구하나 관심 갖지 않아 ‘내 팽겨진’ 버림받은 생명들을 애광원과 민들레 집은 이유를 묻지 않고 곱다랗게 품어주고 있었다.
중증 장애자들의 모습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였다. 막대기처럼 얇다란 손과 발을 가진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온몸이 움직여지질 않아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방마다엔 그들을 돌봐주는 사랑의 손길들이 있었다.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인 그들은 그 야윈 손들을 붙잡고, 자신의 힘으론 꼼짝도 할 수 없는 손을 마주 잡고선 시간도 잊은 채 무언가를 그들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나아도 나았다 할 수 없을 생명들 앞에 포기하지 않고 손을 잡는, 따뜻한 체온으로 체온 이상의 것을 전해주는 그들의 모 습은 엄숙했고 거룩했다.
아이가 작은 웃음 하나하나에 우주 가 열리는 기쁨을 맛보는 그들 앞에 말로 설교하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참 신앙은 말 넘어의, 말 이상의 것임을 그들 은 말없이 우리에게 깨우치고 있었다.
혼자서 허리 운동을 하는 한 아이를 만났는데, 원장님의 설명으로는 그 아이가 그 정도가 되기까지는 한 봉사자의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었다. 꼼짝도 못하는 한 아이를 위해 바친, 오직 한 생명만을 위해 바친 5년의 시간. 그 한결같은 5년의 시간이 일으킨 미미한 변화, 그러나 그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랑의 기적이었다.
한 방 한 방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우리가 벗어놓은 신발은 신기 좋도록 나란히 정돈되어 있었다. 사지가 뒤틀어져 마음대로 몸을 못 놀리는 아이들이었지만 그들의 손길은 그리도 고왔다. 단지 성한 몸으로 살아간다는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인가.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시설들을 둘러보며, 그만한 시설이 있기까지의 어려움이 얼마였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자꾸만 머릿속엔 딴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없이 어이없는 모습으로 방치되어(묶여져)있을 이 땅의 수많은 생명들, 그들의 모습이 괴로움으로 떠올랐다. 아이들의 손을 마주 잡으며 ‘그래도, 너희 들은 행복한 아이들이란다’ 마음 속으론 그랬다.
우연히 눈에 띤 자그마한 네잎 클로버를 나중원장님께 전해 드렸다. 성경 갈피에 꽂겠다며 원장님은 당신의 방으로 들어갔다오셨다. 보잘 것 없는 드림을 훌륭하게 받아주신 셈이다. 그런 마음이 모여 오늘의 애광원이 되었지 싶었다.
애광원의 일을 돕고 있는 독일의 쿠르제 목사님은 그날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얘길 듣고보니 그날 오전은 목사님의 일주일 생활 중 ‘편지를 쓰는 날’ 이기 때문이었다. 한주일 생활 계획 중 편지 쓰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 놓은 삶의 모습이 특이했고 배워야 할 일로 여겨졌다.
애광원은 아름다웠다.
애광원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랑의 손길도 아름답고, 언덕배기에 선 애광원 건물 자체도 아름다웠다. 장애복지시설 건축 설계를 전공한 강 박사(원장님은 그분을 천사라 불렀다)가 설계한 이 애광원은 장승포 포구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언덕이라기보다는 낭떠러지였을 그 땅에 튼튼하고 아름답게 서 있었다.
위태한 생명들을 사랑으로 감싸안듯 비탈진 언덕에 아름답게 선 애광원, 건물 자체 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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