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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부적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6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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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0.부적


섬뜰속 속회인도를 부탁받았다.
새로 교회 나온 지 얼마 안 된 용자 할머니네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는데, 예배를 드리곤 부적을 떼어 달라는 것이었다.
부적을 떼어 달라는 부탁이 하나님을 보다 확실히 섬기려는 할머니의 뜻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사실 할머니의 그 믿음은 본받을 만 하다.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그럴듯한 부적을, 부적이라 부르지는 않지만 부적의 뜻을 가진 것을 거리낌 없이 소유한 이도 많지 않은가.
부적을 잘 못 떼면 부적 뗀 사람이 되게 앓게 된다는 얘기를 어렴풋이 기억하기 때문이었을까. 부적을 뗀다는 말을 듣고 드리는 예배는 왠지 모를 긴장감마저 들었다.
찬송도 그랬고 기도도 그랬다. 더욱 힘찼고, 더욱 간절했다. 예배를 마치고, 부적을 뗐다. 길다란 것 하나, 그보다 작은 것 두 개. 나란히 붙어 있는 세 개의 부적을 조심스레 뜯어냈다.
잘 못 뜯어서 한쪽 구석 조각이라도 남으면 그만큼의 귀신이 안 떠나고 남아 안 좋은 힘을 쓸까 싶은 마음으로.
“그걸 8만원 주고 사왔어요.” 할머니가 웃으며 말하신다.
“할머니 잘 생각하셨어요. 이젠 하나님이 돌보실거에요.”
함께 예배를 드린 교우들이 혹 부적 떼어낸 할머니 마음이 불안할까 싶었던지 권면의 말을 계속 건넸다. 부적 떼 낸 자리에 십자가나 예수님 그림이라도 사다 걸어드리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분간 그만 두기로 했다.
전에 붙였던 부적과 새로 붙인 그 무엇과의 차이를 쉽게 설명해 드릴 재주가 내겐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할머니 마음 괴롭고 쓸쓸하시면 예배당에 오셔서 기도하세요. 그저 하나님께 속마음을 말하면 그게 기도예요.”
76세의 할머니, 네 명의 손주를 키우고 계시다. 작년에 젊은 나이의 아들이 죽고 며느리는 어디론가 돈 벌러 나갔다. 말씀은 안 하시지만, 할머니 마음은 눈물일 게다.
삶이란 이런 것인지, 안개 낀 듯 쾡하니 눈물일 게다. “할머니, 할머니 이름이 뭐에요?” 그저 어린 아이가 응석 떨 듯 할머니께 이름을 묻는다. 새삼스러운 듯 눈을 크게 뜨고 부끄러운 듯 대답하시는 할머니. “안숙자예요”
안숙자라는 말에 김정옥 집사님은 “이숙자랑 이름이 똑같네.” 하며 크게 웃는다. 이숙자씨는 끽경자에 살고 있는 교우 중 한 분이다.
용자 할머니로, 가까운 이웃들도 용자 할머니로 알고 있을 뿐, 그리고 그렇게 부르고 있을 뿐, 할머니 이름이 안숙자임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
할머닌 ‘안숙자’란 당신의 이름을 얼마 만에 들어보시는 것일까?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내 이름을 누군가 불러준다는 것의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소중한 경험을 할머닌 오늘 새롭게 맛보셨으리라.
꼬깃꼬깃 호주머니에 넣어 온 부적을 집에 돌아와 불에 태운다.
손에 들고 하나씩 태운 부적, 여느 종이와 다름없이 쉽게 타고 말았다.
<그래, 결국 다 없어지는 건 신앙이 아니야.>(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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