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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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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4.솔직하지 못함
“기도원에 다녀온 게 아니었습니다.”
“좀 쉬며 새로운 마음으로 돌아오겠다.”한 말을 몇몇 교우들은 “우리 전도사가 큰 맘 먹고 기도원에 가나보다.”라고 해석한 듯 싶었고, 그런 떠남에 기대를 건 듯 싶었지만, 그걸 알면서도 아무려면 어떠랴 싶어 더 이상의 말을 삼가고 다녀온 2박 3일, 물론 기도원이 아니었다. -그런 체질이 있는 건진 모르지만, 난 기도원 체질은 아닌 듯 싶다. -
5월 2일, 결혼한 지 1년 되는 날이었다. 서툰 농촌목회 생활도 그렇고, 결혼 생활도 그렇고, 지나간 일년 조용히 돌아보고 싶었다. 얼마간의 빚만 아니었다면 봉헌예배 마치고 바로 다녀오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결혼일을 이유삼아 떠나게 된 것이다.
일철이라서 모두가 바쁜데, 시골 전도사가 꼴 좋다는 스스로의 비아냥 거림이 힘들었지만, 필요한 시간일 거라는 단순한 마음 하나로 길을 나섰다. 이제와 부끄러운 건 다녀온 그 자체가 아니라, 왜 떳떳하게 알리지 않고 떠났을까 싶은 것이다.
집에 돌아오니 편지함에는 3일치의 신문과 함께 몇 가지의 우편물이 꽂혀 있었다. 그 중에 민들레교회 주보, 거기에 실린 이현주 목사의 ‘못난이 회상’이란 글을 읽으며 난 뭔가 모를 것에 된통 얻어맞고 말았다. 지독한 자기 치부를 그는 그냥, 아니 일부러라도 끄집어내어 밝혀 말하고 있었다. 뻔뻔스러울 정도의 지기 토로, 말하는 방식으로가 아니라, 그 내용으로 보아 정직하기 보다는 만용에 가깝지 싶은.
나를 된통 때린 그 감정이, 그 느낌이 도대체 뭔지를 난 아직 모른다. 무형의 충격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번 주엔 교우들에게 말하리라. 지난 번 기도원에 갔던 거 어니었다고.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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