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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 햇살 놀이방 아이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4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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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40. 햇살 놀이방 아이들

 

햇살 놀이방 아이들은 대단하다. 하고 싶은 일들을 막힘없이 생각나는 대로 한다. 어른도 들기 힘든 미끄럼대가 어느날은 뒷동산에 올라가 있기도 하고, 어느날은 예배당으로 들어가 예배당을 놀이터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어느날은 그릇, 깡통, 병 따위들을 다 모아들여 살림을 차리기도 하고, 어느날은 광 스레트 위에 올라가 스레트에 구멍을 내기도 한다. 

어느날인가는 교회 주변의 돌멩이란 돌멩이들을 다 쓰러뜨려 놨다. 교회 입구에서부터 마당 구석구석까지 성한 돌멩이가 없었다. 저렇게 큰 돌을 아이들이 어찌 굴렸을까 싶은 큰 돌도 손을 댔고, 예쁘게 쌓아놓은 돌도 여지가 없었다. 

아이들께 물으니 지렁이를 잡느라 그랬다 한다. 보니 녀석들은 교회 가마솥에다 지렁이를 잔뜩 잡아다 모아 놨다. 깡통 하나씩을 들고 다니며 돌멩이를 들춰 지렁이가 나올 때마다 “지렁이다!” 함성을 질러대며 열심히들 지렁이를 잡아댔다. 

왜 지렁이를 잡느냐고 물자 서로들 한다는 말이 “그냥-이요.” “재밌잖아요.” 그럴뿐이다.

아무리 천진한 아이들이라 해도 지나치다 싶어 야단을 치려다가 아이들을 모아 놓고 얘길 했다. “지렁이는 좋은거야. 지렁이가 있어야 땅이 좋아져. 땅이 좋아져야 할아버지 할머니가 농사를 잘 짓지. 지렁이를 다 잡으면 땅이 나빠진단 말야” 

돌멩이를 마구잡이로 뽑아놓은 모습을 나중에 본 아내가 짜증을 낸다. 누가 했는지를 묻지 않아도 대번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 아내에게 한마디 했다. 

“너무 화내지 마. 우리가 아이들의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아이들의 상상력을 막지 말라구.” 

그건 결국 내 자신에게 이른 말이기도 했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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