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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1. 허재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4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1531. 허재비

 

“허재비문 팔을 벌리구 있어야지, 그냥 앉아 있으문 새들이 허재빈 줄아남?” 

“어여 팔을 벌려”

윗작실 안골로 올라가다 웅덩이 건너편에 있는 조그만 밭, 벌써 며칠째 죽마골에 사는 이 병화씨가 나와 밭을 지키고 있습니다. 

콩을 심은 밭에서 콩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새란 놈의 눈이 어찌 그리 밝은지 막 돋아나는 콩싹을 사정없이 자르니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아침과 저녁으로 나와 아예 콩밭에서 살며 휘이- 훠이- 새를 쫓고 있습니다. 

지나가던 마을분들이 콩밭을 지키고 있는 이 병화씨를 보고 한마디씩 농을 합니다. 건네는 농은 제각각이지만 뜻은 하나입니다. 모두가 “수고한다” 인사하는 것이지요. 

그 조그만 밭에서 콩이 나면 얼마나 나겠습니까. 자식한테 퍼주면 고만일테고 쪼금 더 남으면 메주를 쑤어 그것마저 다 나누워 줄 텐데요. 

허재비, 허재비, 허재비... 

허재비란 말이 한참을 귓가에 맴돕니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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