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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0. 다 소용읍서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3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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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80. 다 소용읍서

 

“홍도-오야 우지마라-”

다 저녁때 김영옥 속장님네 집 모퉁이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 소리만 듣고도 짐작이 가는데 이내 노래의 주인공이 나타난다. 광철씨 아버지인 박종구씨다. 

취로사업을 다녀오는 길, 비틀대는 걸음걸이도 그렇고 막힘없이 질러대는 소리도 그렇고 거나하게 취했다. 사는 게 괴롭다지만 술에 취하는 날이 많다. 방앗간 앞에서 만나자 꾸벅 인사를 하고 저만치 올라가던 박종구씨가 무슨 맘을 먹었는지 다시 내려왔다. 

“그런디 말이요, 목사님. 우리 광철이가 아픈데, 왜 와서 기도 안 해주는 거요?” 자주 아픈 광철씨, 사실 나도 많이 무뎌졌다. 

“왜, 돈 많은 사람네는 가서 기도해 주문서 우리 집엔 안 오는거요?” 비를 비틀, 자신의 몸을 제대로 못 가누면서도 박종구 씨는 계속 불평을 털어놨다. 

가만 듣고 있자니 은근히 부아가 났다. “아니 아저씨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무리 취중이라도 그렇지 그런 말을 하다니 속이 상했다.  “지난번 윗말 장례 났을때는 가서 기도해 줬잖수, 근데 우리 아들놈은 아픈데 왜 기도 안해 주는 거요?” 

일이 이쯤되니 기가 막히다. 몇 년 전 아주머니 돌아가셨을 때 장례를 누가 모셨는데, 아주머니 돌아가고 그만그만 한 남자들만 남아 누가 밥 하나 싶어 집안 첫 번째 가전제품이 된 전기밥통을 어떻게 구했는데, 큰 비 지나면 혹 집 무너진 거 아닌가 돌아보고, 돌봐주는 거 딱 질색인 동네 사람들 그들 눈을 피해 남모르게 전한 정성 얼만데....

일은 뒷전, 아들들 힘든 품 팔아 벌어온 돈으로 면내 다방 찾는 재미에 빠져 이젠 광철씨도 더는 당신 말 듣지 않으면서 아들 걱정은 혼자 다 하는 체... 실망과 허탈, 연민과 분노가 한꺼번에 밀려 들었다. 연민으로만 받기엔 속이 너무 상했다. 

그래, 이게 내 삶의 한계다. 너무 큰 걸 기대하지 말자. 그렇게나 마음을 다스릴 수밖에 없는데 당신 할말 다했다... 는 듯 이리비틀 저리 비틀 박종구씨는 땅거미 깔려 드는 작실 길로 오른다. 그러다가 다시 한번 고함을 친다. 

“다 소용읍서, 소용읍다구-” 박종구씨도 질러대는 고함도 어둠 속에 묻혔지만 마음속에 계속되는 메아리, ‘다 소용읍서-!’

어쩜 저게 하나님 소리지, 게을러진 나를 되게 채찍질하는 하나님 매질이지 싶다가도, 어디 있지도 않은 줄 하나가 뚝 끊어지고 있다는...(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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