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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4. 할머니 산소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26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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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64. 할머니 산소


주일 오후, 교우 몇 분과 함께 김천복 할머니 산소를 찾았다. 그렇게밖에 뵐 수 없는 자신이 여간 송구스럽지를 않았다.
광철씨네 집 앞을 지나 언덕을 너머 밭둑을 따라 산으로 오르자 거기가 할머니 누운 곳이었다. 살았을까 싶은 누런 잔디를 허술하게 쓰고서 할머니가 누워 계셨다.
혼자셨다. 당연한 일이지만 할머니가 혼자 누워계신 것이, 돌아가셔서까지 할머니는 혼자라는 생각으로 이어져 미어지듯 마음이 아팠다.
“뭘 이렇데까지 고생하며 찾아오셔!”
괜히 할머니가 그러시는 것 같았다. 반가우면서도 말씀은 안 그런척 하시는, 생전의 그 여전한 말투로.
주님 품에 안긴 모습이 마음속 선했기 때문이었을까. 잠깐 예배를 드리며 마음은 한없이 편했다.
내려오는 길, 이젠 정말 혼자가 되신 큰할머니를 찾아뵈었다. 정말 기구한 삶. 한 지아비를 섬긴 두 할머니가 서로를 의지해 미움 없이 한 식구로, 형님 아우처럼 살아왔는데, 이젠 또 그마져 떠나보내야 했으니 혼자 남은 큰할머니 마음이 얼마나 쓸쓸하고 허전할까, 그냥 내려올 수 없었다.
“산소가 양지 바르고 좋던데요.”
큰할머니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이런저런 얘길 하다 산소 얘길 했다. 우리가 산소를 찾았을때 정말 오후의 볕은 따뜻하게 산소 위를 내려 감싸고 있었다.
“그 양반 (김천복 할머니)은 원래 추위를 많이 타 한여름 아주 덥기전에는 늘상 내복을 입구 댕겼어요. 아무리 더워두 여간해선 버선을 벗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추위를 많이 탔는데 그래두 죽어 따뜻한데 묻히니 복이 많은 거지유.”
낮은 목소리로, 젖은 목소리로 큰할머니는 다시 한번 먼저 가신 할머니를 감싼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서로를 걱정하여 살아온 두 분의 정이 죽음 너머까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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