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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 어이없는 삶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96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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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21.어이없는 삶

 

밤새 내린 눈이 제법이었고 불어대는 바람은 제법 찼다. 아침 일찍 작실에서 이필로 속장님이 내려왔다. 덕은리를 같이 가기로 했다. 광철씨 여동생네를 찾아가기로 한 날이었다.
지난 연말 8년 전 잠깐 교육전도사로 일했던 서울 미아중앙교회의 권사님 한분이 옷가지를 여러 박스 전해 주신 일이 있었다. 연로하신 권사님이 이 짐 저 집 아깝게 버리는 옷들을 모아 몇분 교우들과 함께 단강을 찾았던 것이다.
옷을 나누어 가질 때 광철씨 여동생네의 딱한 사정을 알고 있던 속장님은 아이들 옷을 따로 네박스나 챙겨놓은 터였다.
말이 충청북도지 덕은리는 단강리에 속하는 조귀농과 다리 하나 사이로 연해있다. 다리를 건너 정육점을 지나 왼편으로 꺾인 경사진 길을 오르니 사슴농장이 나온다. 농장 초입 허름한 집이 광철씨 여동생이 사는 집이었다.
농장관리인 집이었다. “계세유, 계세유?” 속장님이 몇 번이나 부르자 한 여자 아이가 나왔다.
캄캄한 동굴 속에서 나오는 듯 두 눈이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호기심과 두려움이 섞인 눈빛이었다.
아이를 따라 집으로 들어 서니, 마루가 온통 흙투성이다. 어두운 방안에는 쿼쿼한 냄새가 가득했는데 가득한 건 그런 냄새만이 아니었다.
 얇은 담요를 들쓰고 있는 식구들, 광철씨 여동생과 남편,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네 명이나 되었다. 9살 7살 5살 2살 된 모두 계집 아이들이었다.
온통 헝크러진 머리와 때탄 옷. 엄마 품에 안겨있는 막내는 아예 위 아래 못하나 걸치지 않은 발가숭이였다. 갈아입힐 옷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 추운날 온기도 적은 방에서 여섯식구가 겨울잠을 자듯 그렇게 웅크려 있었다.
아이들 눈에 촛점이 없는 것이 무엇보다 아팠다. 저 아이들은 어찌되는 건지. 부엌도 이미 부엌이 아니었고 어디를 돌아봐도 도무지 사람 사는 모양이 없었다.
배가 고픈지 아이가 울어대자 그냥 젖을 꺼내 물리는 아이 엄마. 살아가는 방법도 부끄러움도 모르고 있었다. 자꾸만 자꾸만 가슴이 메어왔다.
대명천지 밝은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 땅 한구석 엄연한 현실로 존재하는 이 어이없는 삶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단 말인가.
내려오는 길 자꾸만 미끄러지는 걸음이 눈 때문만은 아니었다.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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