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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90.태풍
찾아온 태풍. 하루 종일 바람이 거세다. 거세다 못해 거칠다. 스크럼 짜고 함성 지르듯 온 산이 요동을 친다. 허옇게 뒤집힌 나뭇잎들이 쏴 쏴 파도소리를 낸다. 바람 속에 묻어온 바다 내음을 산이 닦아낸다.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지는 비. 비와 바람 세상이다.
쓰러질 것 많겠다.
뿌리 약한 놈들, 대에 비해 뿌리 짧게 뻗은 놈들,
그나저나 이 태풍 속 그중 태연한 것이 벼들이구나. 여린 벼들이구나.
휙 휙 거센 바람 머리 위로 보내며 어린 벼들 태평하구나.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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