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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백로와 까마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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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73.백로와 까마귀


까마귀를 볼 때마다 백로는 엄마 말이 생각났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귀가 닳도록 그 말을 들었다. 그 말은 백로의 마음속에 높다란 벽으로 자리를 잡았다.
까마귀는 가까이 가서는 안 될 남이었다. 가까이 가면 까마귀의 더러움이 하얀 자기 깃털에 묻는 걸로 알았다.
그렇게 많은 날들이 지났다.
어느 날 한 백로가 한 까마귀에게 말을 걸었다.
같은 동산에 살며 남으로 사는 자신들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의외로 까마귀도 반갑게 말을 받았다.
둘은 이내 친해졌다.
나뭇가지에 나란히 앉아 많은 얘길 나누던 중, 백로가 마음속에 있던 얘기를 까마귀에게 했다.
“까마귀야 실은 네 까만 몸을 보고 네 마음도 까만 줄 알았어. 미안해.” 그 말을 들은 까마귀가 대답했습니다.
“밸로야, 미안한 건 나야. 난 네가 나와 어울리지 않는 걸 보고 몸만 하얗지 마음은 내 몸보다도 더 까맣다고 생각했거든.”
백로와 까마귀는 서로 마주보았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 깃털 색깔은 결코 벽이 아니었다. 똑같은 날개를 가진 똑같은 새였을 뿐이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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