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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8.향나무 다듬기
교회입구 향나무를 전지가위로 다듬었다.
왠지 자르는 건 신이난다. 조심스럽던 처음과는 달리 싹뚝싹뚝 이내 손이 커진다. 얼마쯤 자르고 떨어져 보고, 또 얼마쯤 자르고 떨어져 보고, 그러기를 몇 번, 마쳤다 싶었는데 보니 엉망이다.
서툰 이발사 머리 망쳐놓듯 꼭 그 꼴이다. 향나무를 놀이터 삼았던 참새도 웃을 일이 되고 말았다. 나로 하여 다친 마음 위로하듯 며칠 더 손을 댔지만, 어색한 건 그때마다 마찬가지였다.
나무를 볼 때마다 기분이 묘했다.
지금 내 삶이 그러한 거 아닌가 싶어.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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