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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겨울 강을 지나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3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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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5.겨울 강을 지나


겨울비 내리는 강가는 유난히 추었다. 그만큼 추위라면 눈이 맞았을 텐데도 내리는 건 비였다. 내리는 찬비야 우산으로 가렸지만, 강물 거슬러 불어대는 칼날 바람은 쉽게 몸 속으로 파고들었다.
가장자리 얼어가는 강물이 잡다한 물결을 일으키며 거꾸로 밀리고 있었다. 한 참을 떨며 강 건너 묶여있는 배를 기다렸지만, 뱃사공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 10여년 만에 고향을 찾은 유치화 청년의 지난 내력을 알기 위해 교회 젊은 집사님과 마을 청년과 치화씨와 함께 길을 나선 것이다.
이쪽 부론은 강원도, 짧은 폭 강 하날 두고 겨울 비 속 풍경화처럼 자리잡은 저편은 충청북도. 유치화 청년의 먼 친척이 살고 있는 곳이다.
기구한 사연 속, 열 세 살 땐가 아버지의 죽으을 이유로 가족들이 모두 흩어지게 되었을 때 치화씨는 먼 친척의 소개로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 농가로 떠나게 되었다.
과수원 일, 돼지 치는 일, 되는대로 일하다 보니 어느덧 뼈가 굵어 지난 세월 셈하니 10여년.
강 건너 불어온 바람결엔지 10여년 끊겼던 아들 소식 전해들은 어머니는, 홀로 질곡의 시간 견딘 어머니는 그 길로 달려가 앞뒤 사정 가림 없이 눈물로 아들 손잡고 이곳 단강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무도 그 어머니 막을 수 없었다. 그게 지난 가을이었다.
몇 번은 고되어서, 몇 번은 매설움에, 어쩌면 조금씩 눈 뜨는 자의식에 몇 번을 도망쳤지만, 알고 있는 곳은 오직 강 건너 오늘 찾아가는 그곳. 멀다지만 그래도 피붙이가 살고 있는 곳 거기뿐이었고, 빠르면 그날 저녁, 아니면 다음 날 어김없이 찾아온 주인에 의해 싫은 걸음 다시 이천으로 향하던 것이 어느덧 10년, 10년 세월이었던 것이다.
낚시바늘처럼 꼬부라진, 어쩜 지금 치화씨의 마음 속엔 그렇게 꾸부러진 시선이 불쑥 자라 있는지도 모른다. 10년의 마른 세월이 정없이 키웠던 건 그런 잘못된 오기였는지도 모른다.
어머닐 설득하여, 어쩜 10년만에 만난 아들 또 잃게 되는 건 아닌가 하여 극구 가지 말라 말렸던 어머니를 설득하여 오늘 함께 길을 나선 것이다.
10여년 전, 어떻게 어떤 조건으로 일하러 떠났었는지, 지난 10년간의 보상은 어찌될 수 있는 건지를 우선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전기가 끊긴, 오랫동안 빈 집이었던 더없이 허름한 집에서 늙으신 어머니와 살아가는 지금 치화씨의 삶이란 더없이 막연하다. 미루어 짐작할 뿐인 지난 10여년의 시간, 지난 일이라고 지금의 그 막막한 생활을 두고 지난 10년을 그냥 묻어 둘 수야 없는 건 아니겠는가.
바람에 물결에 뒤뚱거리는 쪽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그리고는 지난 기억 더듬는 치화씨를 따라 몇 집을 들러 지난 내력 알만한 이들을 만나 얘길 듣고 나눴다. 별다른 얘기는 없었다. 떠나기 전, 치화씨 얘길 듣고 미루어 생각했던 거의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다음에 다시 날을 잡아 이천을 찾기로 하고, 권하는 점심을 사양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얼마 전, 치화씨 이복형을 통해 오늘 일을 부탁받았다는 작실마을 새로운 반장이 된 병철씨는, 오늘의 동행에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남의 일인가. 내 일이요 우리 일이지.
돌아오는 길, 그새 얼어붙은 길은 넘어질 듯 미끄러웠고 하늘은 여전히 흐렸지만, 떠날 때 굳었던 치화씨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져 있었다.
부론에 나와 돌아올 직행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잠깐 음식점에 들렸다. 난로 가에 둘러 앉아 장날인심 만큼 푸짐한 짜장면 곱빼기를 먹으며, 추위와 허기를 달랬다.
강 하날 사이에 두고 가깝게 건너다보이는 마을을 차창으로 내다보며 어쩜 오늘 난 얼어붙은 겨울 길이 아니라, 잊혀졌던 지나간 시간 위를 걸었지 싶었다.
배를 타고 건넌 건 좁다란 강이 아니라, 그렇게 강처럼 무심히 흘러갔던 아픔이었지 싶었다.
그 길을 건너 만나게 될 몇 사람
그들은 누구일지....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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