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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시골수련회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4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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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8.시골수련회


앞에 강이 흐르고, 또 강으로 흘러가는 안전한 개울 가. 전교생이 채 80명도 안 되는 조그마한 국민학교. 수련회를 갖기엔 여러 가지로 좋은 입지 조건이다. 홍수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올해에도 서너 교회가 이곳 단강국민학교를 빌어 수련회를 왔다.
서울의 한 큰 교회에서 다녀간 뒤의 주민들의 반응은 교회에서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마을을 위한 주민들을 위한 순서는 없었다. 그 흔한 전도지 돌리는 일마저.
짧은 바지에 깔끔한 옷차림, 혹은 차양모를 쓰고 줄지어 수영하러 가는 젊은 학생들을 이곳 사람들은 일하다 말고 물끄러미 쳐다보아야 했다. 그것 까지는 그래도 좋았다. 한해 두해 익숙해질수록 그런 정도야 무시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 교회는 큰 교회답게 밴드 조직을 갖춰 저녁이면 운동장에 모여 노래를 불렀다. 제법 떨어진 이곳 섬뜰까지 그 우렁찬 소리는 들려왔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밤이었다. 은혜를 받은 학생들은 밤을 새워 울며 기도했고, 덕분에 학교 주위에 사는 주민들은 잠을 설쳐야 했다. 우리도 교회 짓는다는 얘길 들었다며, 앞으로 짓게 될 교회가 저 교회처럼 ‘우는 교회’냐고 한 아저씨가 물어왔다.
<한 밤을 새워 은혜 받고 돌아간 서울의 학생들아. 돌아간 그 자리에 무엇 남았는지. 너희들 돌아선 그 자리에 무엇 남겼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렴>
그라고 보면 나도 시골 사람 다 됐다. 내가 그 교회 교육 목사였다면, 수련회 마치고 교회로 돌아가 자랑스레 말했을 텐데.
<이번 수련회 큰 은혜 받았어요.
학생들이 어찌나 열심히 기도하던지 가슴이 다 뭉클했거든요.>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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