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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90. 화장실을 푸며
“화장실 안 푸세요?”
지나가던 분뇨차 아저씨가 교회에 들러 똥 안 푸겠느냐고 묻는다.
“글쎄요 봄에 펐는데요. 허긴 제법 차긴 찼더구만요.”
“보니까 풀 때가 됐는데요. 마침 지나가는 길아니까 그냥 푸세요.”
결국은 다시 한번 똥을 펐다. 똥통은 제법 큰데 웬 똥이 그리 자주 찰까, 그러나 생각하니 그건 고마운 일이었다. 그만큼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다는 뜻 아니겠는가.
농활 나왔던 대학생들, 교우들, 나와 식구들,그리고 놀이방 아이들, 정말 무시못할 것이 놀이방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얼마를 먹어 일마를 싸겠는가만 모두 열대여섯명, 적잖은 위력이다. 쌀통에 쌀 높이 줄어드는 것과 화장실 차오르는 것이 눈에 띄일 정도로 위력적이다.
봄가을 일년에 화장실 똥을 두 번씩이나 푸며 새삼 고맙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게 하심이.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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