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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 그것밖에 될 게 없어서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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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33. 그것밖에 될 게 없어서


따뜻한 봄볕이 좋아 소리와 규민이를 데리고 앞 개울로 나갔다. 개울로 나가보니 버들개비도 벌써 피었고, 돌미나리의 새순도 돋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밭뚝엔 어느새 풀들이 쑥 자라 있었다. 개울물 소리 또한 가벼운 몸짓의 새들과 어울려 한결 명랑했다.
겨울을 어떻게 났는지 개울 속에는 올뱅이들이 제법 나와 있었다. 올뱅이를 잡으며 이런 저런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논룩 지나다 보니 왠 시커먼 덩이들이 군데군데 논물 안에 있다.
자서 보니 개구리 알이었다.
“저게 뭔지 아니?”
“몰라요”
“개구리알이야. 저 알에서 올챙이가 나오는 거야.” 소리와 규민이가 신기한 눈빛으로 알들을 쳐다본다.
“올챙이가 커서 뭐가 되는지 아니?”
“개구리요” 책에서 본적이 있는지 소리가 이내 대답을 했다.
“아빠. 그런데 왜 올챙이는 커서 개구리가 되는 거예요?" 이번엔 소리가 물었다. 올챙이는 커서 왜 개구리가 되냐니, 뭐라 대답할 말이 딱히 없었다. "글쎄다.” 대답을 망설일 때 소리가 한마디를 보탰다.
“그것밖엔 될게 없어서예요?” 그것밖엔 될게 없어서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냐는 말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것밖엔 될게 없어서’ 라는 말이 참 재미있게 들렸다.
“그래 맞겠다. 그것밖엔 될게 없어서겠다"
거듭거듭 그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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