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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청설모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3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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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42. 청설모


색깔만 검은색일 뿐 다람쥐와 별 다를 바 없는 청설모가 요즘 신이 났다.
청설모는 밤, 잣 까먹는데 선수다. 잽싸게 나무에 오르기도 하고, 나무와 나무를 날아 뛰기도 한다. 휙휙 정신이 없다.
잣과 밤을 까먹는 솜씨 또한 일품이다. 그 단단한 잣을 까고 밤의 떫은 부분을 벗기는 재빠름과 정교함은 혀를 내두들 정도다.
두 손을 입 앞에 모으고 몇 번 오골오골 돌리고 나면 어느새 껍질이 벗겨져 입 안에 ‘쏙’이고, 녀석은 이내 다음 것을 집어 든다.
단강 아이들도 신이 났다. 어디나 흔한 밤을 따기도 하고 떨어진 알밤을 줍기도 하지만 그중 큰 즐거움은 청설모를 잡는 일이다. 저마다 고무줄 새총을 만들어 가지곤 서너명씩 산을 몰려다니며 청설모를 쫓는다.
 그중 종대의 솜씨가 으뜸이다. 지난주엔 여섯 마리나 잡았다. 한 마리는 산 채로였다. 간혹 구워 먹기도, 박제로 만들기도 한다지만 아이들은 그냥 재미삼아 청솔모를 잡는다. 청설모가 잽싸다지만 아이들에게 잡히는 걸 보면 아이들이 청설모보다 더욱 빠른 셈이다.
단강의 가을은 아이들에게 그렇게 깊는다. 청설모 쫓느라 교회 오라 울려대는 주일 종소리가 귓등이라 탈이지만.(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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