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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무기력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8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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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7.무기력


“당신이 지켜 주소서. 고난 피해 당신 찾았으니 당신 찾기까지 불필요한 고난일랑 제발 없게 하소서. 주님!”
김영수 성도님이 처음으로 교회에 나왔을 때, 난 속으로 그렇게 기도 했었다.
계속된 가정의 어려움을 두고 몸담았던 불교 신앙을 버리고 교회를 찾았을 때, 그를 맞는 기쁨 뒤따르는 한 줌 불안을 두고는 그리 기도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손쉬운 게으름이었던지.
주일 오후, 무거운 마음을 애써 누르고 김영수 성도님 댁을 찾았다. 몇 가지 어려운 일이 계속 겹쳐 잘 나오던 교회를 두 주간 빠지셨다. 며칠 전엔 심방하러 갔다가 마음 진정되면 정식으로 요청하겠다는 정중한 거절을 받고 되돌아오기도 했었다.
다 소용없는 일이라는, 오히려 종교를 바꿔 이런 어려움이 겹치지 않았냐는 진한 체념이 힘없는 말투와 표정 속에 전해져 왔다.
그동안 일로도 속이 상해 어쩔 줄 몰랐는데, 설상가상으로 추석 때 내려온 딸 복순이 마저 오토바이 사고로 얼굴이 다쳐있었다.
마루에 마주 앉아 난 무어라 어떻게 위로를, 권면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저 다 내 부족한 때문이라고.
기도하지 않은 나 때문이라고, 용서하시고 용기 잃지 말라고 빌 듯, 사정하듯 말 하지만, 그건 또 얼마만한 빈 말인가.
어디 있지도 않던 힘이 몸 구석구석으로 빠져 나갔다.
누가 꼭 뒤에서 비웃는 것 같았다.
한 영혼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초라하고 왜소했다.
불가해한 고난 앞에 난 그저 어이없이 무력했다.(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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