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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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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8.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방앗간의 방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방앗간은 설날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고무함박지를 줄 맞춰 내려놓고 사람들은 모여앉아 얘길 나눴다.
오랜만에 대하는 밝은 표정들. 쌀을 빻기도 하고, 가래떡-어릴 적 자지떡이라고도 불렀던-을 뽑기도 하고, 지나치는 길 잠시 들린 방앗간엔 구수한 냄새와 함께 설날에 대한 기대가 넘쳐 있었다.
강냉이 튀기는 기계가 있는 반장님댁도 바빴다. 쌀 옥수수 누룽지 등이 빙글빙글 손으로 돌리는 기계 속에서 하얗게 튀겨져 나왔다.
‘뻥이요!’ 소리를 치면 둘러 선 사람들은 무서운 듯 얼굴을 찡그리며 귀를 막고, 곧이어 “뻥”소리와 함께 하얗고 구수한 연기가 뭉실뭉실 피어올랐다.
작실, 단강리, 섬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김영옥 집사님, 지금순 집사님 댁은 콩으로 두부를 직업 만들었다. 작실엔 돼지를 두 마리 잡았는데도 모자라 또 잡기로 했단다. 엿이며, 강정이며, 만두며, 감주며, 집안마다 하얀 연기 피워 올리며 준비에 모두들 바빴다.
설빔을 차려입고 고향을 찾는 이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설.
흩어졌던 가족들이 고향에 모여 가족임을 확인하고, 그새 늘어난 어버이 주름이며, 흰 머리 안스레 헤아리며 집집마다 찾아 한 이웃임을 확인하는 날.
“아니, 니가 아무게 아녀?”
“네, 맞습니다.”
“많이 컷구먼. 몰라 보겠어. 그래 어떻게 지냈누?”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자, 절 받으십시오.”
“아니, 절은 무슨 절, 됐어. 봤으면 됐지.”
덥썩 절을 한다.
절 하는 이, 절 받는 이 훈훈한 마음 속 그렇게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그 보이지 않는 끈이 우리네 생임을, 고향이란 그런 곳이지. 생의 고향임을 깨닫는다.
어디 코끼리나, 여우나, 연어뿐이겠는가.
찾을 곳을, 누울 곳을 찾는 귀소본능이란 어쩜 다른 어느 동물보다도 인간에게 주어진 본능인지도 모른다. 설은 그 귀소본능의 확인이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의 이유로도 돌아갈 곳이 있는 이는 행복한 이다.
많은 걸 갖고도 돌아갈 곳이 없는 이도 더러는 있는 법이니까.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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