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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3. 개장수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8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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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83. 개장수

 

안갑순 속장님 만큼 개를 좋아하는 분도 드물 겁니다. 하나님은 집사님에게 자녀를 허락하지 않은 대신 뭇 생명들을 향한 따뜻한 사랑과 연민을 주셔 비단 개뿐만이 아니라 온갖 살아있는 것들을 애처로울 만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집사님이 몸이 아프단 이야기를 듣고 최영남성도님과 함께 집사님네를 찾은 날이었습니다. 육군교도소를 방문하고 오던 길이었습니다. 안집사님과 언니 안경순 할머니는 바라볼 때마다 안스러움이 큽니다. 언니동생이라 하지만 두분 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노인네, 그런데 두 분은 둘이서 서로를 의지해 살고 있습니다. 

일어설 때마다 어질어질거려 휘청휘청 쓰러질 것 같은 안 집사님을 허리가 다 굽은 언니가 겨우 부축을 해야 합니다. 

마주 앉아 차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눌 때 집사님이 개 이야기를 했습니다. 집사님네는 개 세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강아지 때부터 키운 개가 어느새 쑥 자라 덩치가 커졌습니다. 덩치가 커지고 나자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아침저녁 밥을 주러 들어가면 이놈들이 서로 달려드는데, 기운이 없는 두 노인네가 당할 재간이 없게 된 것입니다. 몇 번은 되게 자빠지기도 한지라 더이상 개를 키울 재간이 없게 된 것입니다.

모두 암놈들인지라 곧 새끼를 가질 수 있는 것들이지만 방도가 없으니 개를 팔아 달라는 얘기였습니다.

당신 몸만 건강하다면야 얼마든지 귀엽게 키울 수 있는 것들인데, 더이상은 몸이 약해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개금을 물으니 때가 때인 만큼 값이 형편없었습니다. 몇 달 가까이 먹인 개가 강아지를 살 때의 값밖엔 되질 않았습니다. 

 

최영남 성도님이 개를 키우는 아는 분께 연락을 했고, 개를 ‘고기’로가 아니라 키우기 위해 사기로 했습니다. 그게 값이 개장자한테 고기로 파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고, 그보다도 막 처음으로 암새를 낸 짐승을 고기로 판다는 꺼림직함을 덜 수도 있어 좋겠다 싶었습니다. 

눈이 제법 쏟아지는 아침. 최영남 성도님이 문막에서부터 일부러 다시 들어왔습니다. 아예 개를 실을 수 있는 통을 차에 싣고 왔습니다. 세 마리 중 한 마리만 남기고 두 마리를 팔기로 했습니다. 겨우 두 마리를 붙들어 통에 담았고, 통을 차에 실어 일은 어렵지 않게 끝났습니다. 

기운이 없어 어정어정 걸음을 걸어야 하는 집사님과 언니 두 분은 펑펑 쏟아지는 눈 속에 나와 개를 차에 싣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최영남 성도님이 개를 실으며 웃으며 말했습니다. 

“목사님이나 저나 영락없는 개장사네요.” 

개를 키울 분이 있는 여주로 막 차가 떠날 때였습니다. 인사를 하고 막 돌아서는 안 집사님 눈에 눈물이 흥건했습니다. 주름지고 쇠약한 눈가 가득 눈물이 그득했습니다. 마당 가득 눈은 펑펑 내리고, 한 마리 남은 개는 영문을 몰라 컹컹 짖어대고, 집사님은 눈물로 돌아서고, 돌아서는 미음이 쉽지를 않습니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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