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289. 할아버지의 예언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28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1289. 할아버지의 예언

 

“언젠가는 서울을 두 시간이면 간다구, 그런 때가 온다구, 옛날 우리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서 자주 말씀하시곤 했어유.”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심방을 가는 길, 이종태 권사님과 이음천 속장님이 동행하였다.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에 맞춰 끊은 것이 마침 우등고속. 두 분은 나란히 앉아 십년만에 고속버스를 타보는데 그동안 차가 이렇게 좋아졌냐며 굳이 들뜬 마음 감추지 않다가, 권사님이 어릴 적 들었던 할아버지 이야기를 기억해 냈다.

“몇 날 며칠을 걸려 가야 하는 그 먼 서울 거리를 두 시간이믄 갈 수 있다니, 그때로선 꿈같은 얘기였지유. 그런데 지금은 시간반이믄 가 닿으니 신기한 일이에유.” 

“그래 그 할아버진 어떻게 해서 훗날 일을 알았을까요?” 속장님이 신기해 묻자 

“글세, 우리두 그땐 믿을 수가 읍섰지. 그래 물으믄 다 책에 나와 있다구 할아버진 그러셨어. 할아버진 책을 많이 읽는 분이었거든.”

중앙통로를 사이에 두고 나 또한 나란히 앉아 재미있게 얘기를 듣는데 권사님 얘기가 계속 이어졌다.

 

“그러구, 이론 말씀두 하셨어. 앞으론 길이 이리루두 뚫리고 저리루두 뚫리는, 사방으로 길이 뚫리는 시대가 오는데, 그때가 바로 세상의 종말이라구.”

사방으로 길이 뚫리면 세상의 종말이라니, 여기저기 길이 뚫리고 있는 요즘이니 그럼 종말이 다가왔다는 얘기인가, 길가 뚫리는 것과 세상의 종말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재미 반 호기심 반으로 생각을 이어갔다.

 사실 서울까지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라는 얘기만 아니었다면 길 뚫리는 것과 종말과의 관계에 대한 얘기쯤은 한 노인네의 주착없는 소리로 여기고 말았을지 모른다.

서울까지의 시간을 신통하게 내다봤던 열린눈을 가진 노인이 한 말이라는 게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이어가게 했지 싶다.

피곤하기도 했고, 심방 할 내용도 생각할 겸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는데 문득 스쳐가는 생각이 있다. 

사방팔방으로 길이 뚫리면 온 나라에 자동차 천지. 그러면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로 나무가 죽고 들이 죽고 산이 죽고 물이 죽고 짐승이 죽고 그러다 사람도 살 수 없는 세상이 오는 건 아닌지. 그야말로 세상의 종말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었다. 

4차선으로 확장되어 막힘없이 달리는 원주발 서울행 고속버스, 생각이 거기에 그렇게 미치자 시원하게 달리는 차들이 시원하지만은 않았다. (얘기마을199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0765 한희철 857.귀뚜라미 한희철 2002-01-02 4332
10764 한희철 1308. 개울물을 벌컥벌컥 한희철 2002-01-02 4332
10763 한희철 1309. 참새 낙엽 한희철 2002-01-02 4332
10762 한희철 455.거참, 보기 좋구나 한희철 2002-01-02 4332
10761 이해인 구세주이신 예수님께 이해인 2007-04-24 4332
10760 한희철 1230. 사랑은 사랑을 부르고 한희철 2002-01-02 4331
10759 한희철 1180. 다 소용읍서 한희철 2002-01-02 4331
10758 한희철 1116. 소나기 한희철 2002-01-02 4331
10757 한희철 679.가을 들판 한희철 2002-01-02 4330
10756 한희철 293.독백 한희철 2002-01-02 4330
10755 한희철 474.장미 한희철 2002-01-02 4330
10754 한희철 303.주민등록증 한희철 2002-01-02 4330
10753 한희철 319.뭘 해도 농사보다 못하겠어요? 한희철 2002-01-02 4330
10752 필로칼리아 자유의지 사막교부 2008-06-07 4330
10751 이해인 잘못된 관계 이해인 2008-05-16 4330
10750 이해인 깨어 사는 고독 이해인 2008-02-11 4330
10749 이해인 봄과 같은 사람 [1] 이해인 2007-02-07 4330
10748 한희철 351.땀 범벅, 한숨 범벅 한희철 2002-01-02 4329
10747 한희철 851.단강을 찾은 사람들 한희철 2002-01-02 4329
10746 한희철 535.이 땅에 평화 한희철 2002-01-02 4329
10745 한희철 590.태풍 한희철 2002-01-02 4329
10744 한희철 379.빈집 빈 바루에 앉아 한희철 2002-01-02 4329
10743 한희철 454.강변 예배 한희철 2002-01-02 4329
10742 한희철 384.효험 있는 청소 한희철 2002-01-02 4329
10741 필로칼리아 인간을 위하여 사막교부 2008-10-11 4329
10740 한희철 1174. 단무지 무를 뽑는 날 한희철 2002-01-02 4328
» 한희철 1289. 할아버지의 예언 한희철 2002-01-02 4328
10738 한희철 696.나무 송(頌)2 한희철 2002-01-02 4328
10737 한희철 1516. 이슬 사진 한희철 2002-01-02 4328
10736 한희철 752.길 한희철 2002-01-02 4328
10735 한희철 1199. 무슨 마음 전했길래. 한희철 2002-01-02 4328
10734 한희철 1512. 착각 한희철 2002-01-02 4327
10733 한희철 625.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 한희철 2002-01-02 4327
10732 한희철 906.눈오는 날 한희철 2002-01-02 4327
10731 한희철 1401. 답답하고 안스러운 한희철 2002-01-02 4327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