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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2. 유경복씨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4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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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92. 유경복씨

 

원일이 아저씨가 들린 것은 다 저녁때였다. 불쑥 연락도 없이 찾아온 그는 오자마자 마루에 앉아 긴얘기를 꺼냈다. 듣고 보니 다급하고 안타까운 얘기였다. 

아버지 유경복씨가 서울을 다녀오다 하마트면 도중에서 객사하실 뻔했다는 이야기였다. 집에 오려고 길을 나섰다가 갑자기 가슴이 아파 몇 번을 쓰러져야 했고, 겨우 기차를 타고 내려오다 도중에 또 쓰러져 중간에서 내려야 했고 택시를 타고 지평으로 가다 또 가슴이 아파... 하루 종일을 서울과 원주 사이에서 헤메다 늦은 밤 겨우 원주역에 내렸는데 원주역에 내려 또다시 쓰러졌다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부축으로 여관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병원에 입원을 할 수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약 보름여 입원을 했다가 다음날이면 퇴원을 하게 됐는데, 혹 병원에 아는 이가 있으면 이야기를 해 줄 수가 있겠느냐는 부탁이었다. 

병원비가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사실 돈이 조금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농협에서 빌려쓴 돈이 적지 않은데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갚지를 못해 법원에서 오라는 통지서까지 날아왔다는 딱한 처지였다. 

누구보다 마음이 좋으신 유경복 할아버지, 사경을 넘나들며 보름 가까이 병원에 계셨는데 나는 전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에 확 얼굴이 뜨거웠다. 

다음 날 아침 병원을 찾아갔다. 뵙자마자 할아버지의 두 눈가가 눈물로 젖어들었고, 얼마 뒤에야 그동안의 일들을 차근차근 말씀하셨다. 

“죽드래두 큰 아들놈네 와 죽을라구... 그 놈 손에 묻힐라구...”

할아버지는 목이 메어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셨다. 굵은 주름에 다시 한번 눈물이 흘렀다. 지금까지 당신 가슴에 수없이 아픈 못을 박아온 아들, 그래도 마지막으로 쓰러질 곳은 그 아들밖엔 없었던 것이었다. 

원무과에 아는 분을 만나 보았지만 병원비가 전산으로 처리되어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거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어렵게 할아버지는 퇴원을 했고, 집으로 돌아 오셨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위태한 노년, 더더구나 모든 게 불확실한 위태한 없음...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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