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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2.사방산 땡삐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0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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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52.사방산 땡삐

 

마을에서 제일 높은 산, 사방산에 오르면서 규민이를 데리고 갔다. 아직 어려 어쩔까 싶었지만 그런 경험도 필요한 거라 여겨졌다. 

나무하러 수도 없이 들락거렸다는 옛날에야 산으로 오르는 길이 분명했다지만, 나무하는 이 없는 지금은 어디가 길인지 풀과 나무가 길을 다 지워버리고 없었다. 

몇번 손을 잡아 주어야 했지만 그래도 규민이는 용케 험한 길을 잘 따라왔다. 마침내 정상. 땀을 닦으며 사방을 내려다 본다. 

마을에 있을 땐 몰랐는데 산꼭대기 올라와 보니 마을은 산자락 사이 푹 파묻혀 어림짐작으로나 짚을 수 있었다. 산위에서 보니 분명한건 산과 강물 그리고 길이었다. 그 사이사이 마을은 산의 품에 안겨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었다. 

사기막쪽으로 난 내리막 숲, 알맞게 경사진 비탈엔 두고두고 생긴 낙엽이 푹신하게 깔려 있었다. 숲속 수북히 깔린 낙엽을 보는 순간 갑자기 흥이 돋아 규민이 손을 잡고선 비탈진 숲속 저 아래로 마구 내 달리기 시작했다. 

“앗-호!” 고함을 질러대며 겅중겅중, 우리는 마치 신이 난 짐승과 같았다. 까짓 달리다 넘어져도 푹신한 낙엽이 푹 받아줄 것 같았다. 

수북한 낙엽 켜켜 쌓인 숲속을, 그냥 뒹굴어도 좋을 것 같은 낙엽 위를 아들 손을 잡고 단숨에 달리는 기막힌 즐거움, 이런 시간도 있는 거구나 싶은 별난 기쁨이 솟구쳤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고꾸라지듯 아래로 달리고 있을 때 확! 뜨거운 물을 갑자기 뒤집어 쓴듯 온몸에 불기가 번졌다. 땡삐였다. 

아래로 내달리다 잘못 땡비집을 건드려 온통 땡삐가 온몸에 달라붙은 것. ‘벌떼처럼 달라붙다’란 말은 허사가 아니었다. 얼굴에 머리카락속에, 옷 속에 닥치는 대로 땡삐는 파고 들어 마구 침을 쏘아댔다. 그건 규민이도 마찬가지였다. 

일순간의 일이었다. 엉엉 울며 어쩔줄을 몰라하는 규민이 부터 땡삐를 잡아냈다. 수도 없는 땡삐가 몸속에, 머라카락 속에 틀어 박혀 있었다. 그놈들이 쓴 침들도 여러개 빼냈다. 

이 많은 벌을 씌고도 괜찮을까, 집에 갈려면 길이 먼데 걱정이 앞섰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는 규민이를 달래 업고선 산길을 내려왔다. 

약을 바르고 먹고, 며칠 동안 규민이와 고생이 많았다. 울퉁불퉁 불어 난 몸은 쉬 가라 앉지 않았지만 그래도 별 후유증이 없는 게 천만 다행이었다. 

얼굴이 부어 이상한 표정으로 이따끔씩 규민이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유린 실없이 웃었다 같이 공유한 뜻밖의 경험을 그렇게 확인하곤 했다. 

고생은 했지만 숲속 기막히게 아름다운 낙엽속을 달리다 한꺼번에 땡삐에 쏘인 일은 지금까지 규민이와 나눈 것 중 가장 정 깊은 일이었지 싶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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