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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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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71. 너와 내가 아니면
보름 이상을 병원에 입원했던 안갑순 속장님이 퇴원하던 날 병원으로 나가 속장님을 모시고 왔다. 천상 그런 일엔 택시나 봉고차를 대절해야 했지만 이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시골에서 차를 가지고 있어보니 어렵기도 하고, 소중하기도 하다. 세금과 보험료가 여간 만만치를 않고 이런저런 수리비와 기름값이 만만치를 않다. 때때로 교우들은 사렘다 과부의 기름이 떨어지지 않았다던 이야기를 목사차에도 은연 중 기대하는 것 같지만 차를 혼자 조용히 꾸려가기란 분명 벅찬 일이다.
그러나 소중함도 있다. 차를 필요로 할 때는 대개 급하고 안 좋은 일들, 그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소중하다. 때때로 내 시간이 흩어지기도 하지만 아무런 지불 없는 봉사는 불가능한 것 아닌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속장님네 집에는 작실에 사는 한 아주머니가 와 있었다. 퇴원한단 말을 들었다며 강가 밭일을 마치고 들린 것이었 다. 작실은 교회를 지나있는 마을, 아주머니를 모시고 같이 올라왔다. 교회에서 내린다는 아주머니를 아예 작실까지 모시고 갔다. 차로야 잠깐이지만 일 마친 결음으로는 한참 거리다.
작실에서 아주머니를 내려 드리고 내려오려는데 저만치 누가 지망이를 집고 온다. 보니 안속장님의 언니인 안경순 할머니였다. 당신 몸도 아파 병원에도 못 가봤는데 집에 왔다니 가본다며 안 짚던 지팡이를 짚고 길을 나선 참이었다.
할머니를 모시고 다시 아랫마을 속장님네로 내려갔다. 할머니를 내려 드리고 다시 올라오는데 학교 모퉁이를 돌아서다 보니 한 할머니가 가고 있다. 차를 세우고서 보니 윗작실에 사는 꽃댕이 할머니였다. 몸이 아파 보건소에 약 지러 왔다 가는 길이었다. 다시 꽃댕이 할머니를 모시고 작실로 올라갔다. 왜 자꾸 올라오냐시며 김천복 할머니가 껄껄 웃으신다.
진짜로 집에 돌아와 늦은 점심을 차리는 아내 앞에 주먹을 쥐고 위에서 아래로 흔들며 군가를 부른다.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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