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387.장마 인사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3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387.장마 인사


지난밤엔 천둥과 번개가 야단이었습니다. 야단도 그런 야단이 없었습니다. 잠시 쉴 틈도 없이 천둥과 번개가 하늘을 갈랐습니다. 파르르 번개가 떨면 창가까지 자라 오른 해바라기 잎새는 물론 논가 전기줄까지도 선명했고, 그 뒤를 이어서 하늘이 무너져라 천둥이 천지를 울려댔습니다. 신난 빗줄기도 맘껏 굵어져 천둥과 번개가 갈라놓은 하늘 틈을 따라 쏟아 붓듯 어지러웠습니다. “다들 휴거 됐는데 우리만 남은 거 아니야?”는 아내의 농담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을 만큼 두렵기까지 한 밤이었습니다.
때마침 정전, 흔들리는 촛불 아래 밀린 편지를 쓰다 쫓기듯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 일찍 작실로 올랐습니다. 늦은 밤의 기도 없진 않았지만 무섭게 내린 비, 언덕빼기 광철씨네며 혼자 사는 할머니 몇 분이 아무래도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작실로 오르는 길은 이미 길이 아니었습니다. 철철 흐르는 물들이 돌들을 패며 길을 따라 흘러 또 하나의 개울이 되어 있었습니다. 고무신을 신기를 잘했습니다.
아랫작실, 길가에 나와 있던 할머니 한 분이 광철씨네 들린다는 말을 듣고 고맙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는 아픈 광철씨를 집에 불러 저녁 대접을 했다 합니다. 나 또한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종교는 다르지만 고맙다 인사하는 서로가 왜 그리 가깝고 다감한지요.
헛간 같은 방, 광철씨는 여전히 누워 있지만 집 바로 옆,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밤새 도랑을 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윤연섭 할머니는 마루에 앉아 젖은 콩을 까고 있었습니다. 빗속 싹난 콩이 절반입니다. 자식들네 먹거리 전하는 재미에 홀로의 외로움 이기시는 할머니, 마당에 강아지가 한 마리 늘었습니다. 건너 편 달진네 이틀 품 팔고 품값삼아 받았다 합니다.
길가 흐르는 물에 빨래를 하던 허석분 할머니도 찬송가를 뒤척이다 잠깐 누운 김천복 할머니도 모두 편안했습니다. 남의 일 갔다 와선 일찍 누워 간밤 천둥 번개는 딴 세상이었던 허석분 할머니와는 달리 김천복 할머니는 그 요란함에 좀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합니다.
며칠 전, 친구들과 함께 다녀간 둘째 아들을 위해 만들었던 마구설기 떡을 다시 한번 쪄 함께 들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눕니다. 앞으로 열흘 정도 비가 더 올 거라 했다지만 별 걱정은 없었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이 단순한 인사가 뜻밖에도 꽤나 든든하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할머니 집 앞 개울엔 겁나게 불어난 물이 넘칠 듯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199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1150 한희철 178.형에게 한희철 2002-01-02 4356
11149 한희철 400.새벽 제단 한희철 2002-01-02 4355
11148 한희철 488.신기한 생명 한희철 2002-01-02 4355
11147 한희철 1160. 이웃집 할아버지 한희철 2002-01-02 4355
11146 한희철 556.시골 버스 한희철 2002-01-02 4355
11145 한희철 1422. 영혼의 집짓기 한희철 2002-01-02 4355
11144 한희철 60.어떤 장례 한희철 2002-01-02 4355
11143 한희철 654.꿈 한희철 2002-01-02 4355
11142 한희철 300.선물은 연필 한 자루지만 한희철 2002-01-02 4355
11141 한희철 628.딸의 입학 한희철 2002-01-02 4355
11140 한희철 1140. 무지한 믿음 한희철 2002-01-02 4355
11139 한희철 315.어두운 그림자 한희철 2002-01-02 4355
11138 한희철 507.뻥튀기 공장 한희철 2002-01-02 4355
11137 한희철 1168. 호박덩이 한희철 2002-01-02 4355
11136 한희철 69.경림이가 본 성경 한희철 2002-01-02 4355
11135 한희철 304.똥금 사과 한희철 2002-01-02 4355
11134 한희철 859.간절한 기도 한희철 2002-01-02 4355
11133 한희철 333.상처 한희철 2002-01-02 4355
11132 한희철 422.직행버스 한희철 2002-01-02 4355
11131 한희철 510.외판원 한희철 2002-01-02 4355
11130 한희철 938. 경선형 한희철 2002-01-02 4355
11129 한희철 1392. 김한옥 목사님께 한희철 2002-01-02 4355
11128 한희철 143.견디기 한희철 2002-01-02 4355
11127 한희철 991. 여름 행사 뒷풀이 한희철 2002-01-02 4355
11126 한희철 1296. 국민학교 운동회 한희철 2002-01-02 4355
11125 한희철 982. 어머니 안 가면 나도 안가요. 한희철 2002-01-02 4355
11124 한희철 1452. 예배 준비 한희철 2002-01-02 4355
11123 한희철 545.성탄인사 한희철 2002-01-02 4355
11122 한희철 769.꽃댕이 할머니 한희철 2002-01-02 4355
11121 한희철 1495. 영정사진 찍어드리기 한희철 2002-01-02 4354
11120 한희철 1177. 강아지 한희철 2002-01-02 4354
11119 한희철 692.겨울나무 한희철 2002-01-02 4354
11118 한희철 862.멀리서 온 소포 한희철 2002-01-02 4354
11117 한희철 1214. 놀이방 가방 한희철 2002-01-02 4354
11116 한희철 307.고르지 못한 삶 한희철 2002-01-02 4354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