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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13.정상
치악산에 올랐다가 탈진해서 내려왔다. 아무려면 어떠랴 했던 자신의 건강에 대한 과신이 문제였다.
아침 점심 모두 빈 속으로 치악은 쉽지 않았다. 그럭저럭 물도 떠 마시며 올라갈 땐 몰랐는데 내려오는 길, 몸이 어이없이 풀어지고 말았다.
같이 올라간 김기석 형과 손인화 아우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창피했다.
기대한 대로 마음이 텅 비기는커녕, 빈 속엔 빵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나마 형이 들려주는 신선한 얘기가 흐느적대는 몸을 지탱해 주었다.
자신에 대한 지나친 과신의 어리석음과 도전할 만한 정상을 스스로 포기한 채 살아가는 내 삶의 무기력함을 절실히 깨달은 하루였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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