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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구석자리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3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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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6.구석자리


강가를 따라 부론에서 단강으로 들어오는 길, 정산에서 부론으로 넘어가는 산고개 길, 요즘 곳곳에서 보수공사가 벌어졌다.
작년 여름 장마에 파손된 것을 이제사 고치는 것이다. 배수로를 제대로 만들지 않아 도로 옆 도랑물이 도로로 파고들어 도로 한쪽이 허공에 떠 있기도 했고, 아예 무너지고 만 곳도 몇곳 있었던 터였다.
바깥쪽에 시멘트로 옹벽을 치고, 그 사이 흙을 메워 넣고 다시 시멘트로 포장을 하는 거였다. 도로를 만들 때 조금 더 신경 썼으면 됐을 것을 뒤늦게 고치느라 고생들이다.
생각해보면 도로만이 아니다. 무너지는 건 마음 한복판이 아니다. 마음 한복판은 그런대로 견딘다. 조금씩 패여가는 마음 구석자리, 무너짐의 시작은 마음 구석자리부터이다. 구석자리가 무너짐으로 결국 한복판도 무너지든지, 못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하찮게 여겨질 배수로. 배수로가 있음으로 길의 파손이 방지되는 것 같이, 주변 마음 마음 구석 저리를 잘 지킴으로 큰 마음이 서는 것이리라.(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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