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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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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 담배 먹고 꼴베라
작실 마을에 올라갔다가 밭에서 일하시고 계시는 김천복 할머니를 만났다. 연로하셨고 건강이 좋지 않으시면서도 일을 하시는, 하셔야만 되는 할머니가 안쓰럽다.
땅콩을 심고 계시던 할머니는 한움큼 땅콩을 건네 주신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흙묻은 손으로 썩 닦으시며 “어여 드셔” 하신다.
땅콩 농사에 대해 얘길 듣는다. 밭고랑처럼 주름이 깊도록 땅을 일궈오신 할머니는 땅에 대해, 땅에 심는 곡식에 대해 훤히 알고 계시다. 설교 시간에 혼자 아는 체 떠들어 대는 젊은 전도사에게 뭔가 아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다는 게 할머니에겐 기쁨이었나 보다.
한참 얘기를 듣는데, 밭 가장자리 비탈 위에 서 있는 나무에서 꾀꼬리가 운다. 어릴 적 물을 넣고 호루라기 불면 났던 바로 그 소리다. 꾀꼬리 소리를 들으신 할머니는, 지금 꾀꼬리가 뭐라 했는지 아느냐며 웃음섞어 물으신다.
할머니 대답이 재미있다. “담배 먹고 꼴베라” 했다는 것이다. 확인이라도 시켜 주려는 듯, 할머니 말이 끝나자마자 꾀꼬리가 다시 우는데, 그게 근사 하게 “담배 먹고 꼴베라”로 들리는 것이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그러나 미루어 짐작하기는, 이곳에서는 산과, 나무와, 새, 그 모든 자연과 인간이 한 덩어리라는 것이다. 서로가 뜻이 통한다. 그리고 서로는 어울려 살아간다. 허리 굽혀 땀흘려 일하는 할머니가 꾀꼬리도 안스러워 담배 먹고 한숨 쉬어 일하라고, 일곱 살 난 손자인 듯 말을 건네는 것이다. 할머닌 웃으며 속으로 그러시는 것 아닐까.
<녀석아, 교회 다닌 이후로 그 좋던 담배랑 싹 끊었단다.>
(얘기마을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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