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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9. 이상옥 집사님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8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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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99. 이상옥 집사님

 

이상옥 집사님 당신 떠나신 지 이제 두달여, 그 세월이 잠깐인듯 싶다가도 까마득하게 여겨지기도 하는 것은 당신 떠나셨다는 사실을 아직도 실감하지 못하는 탓입니다. 

지금도 주일 아침이면 예의 지긋한 웃음으로 교회 마당에 들어설 것 같고, 예배를 드리다가도 당신 늘 앉던 맨 앞자리 의자에 당신 계신 것 같고 올해도 여전히 붉게 잘 익은 과수원의 사과, 저단 기어의 오토바이를 타고 과수원을 오르내리는 당신의 모습을 언제라도 길에서 마주칠듯한 느낌입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낯설게도 우리 곁에 없습니다.

워낙 건강에 대해선 신경을 썼고, 겉으로 뵙기야 늘 정정한 모습인지라 당신 그렇게 병으로 쓰러질지는 아무도 생각을 못 한 일이었습니다. 

이십여 년 동안 병치레를 해왔던 부인의 병간호에 온갖 정성을 다해 오신 당신, 사랑과 연민, 희생으로 얼룩진 당신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극진했습니다. 그런 당신의 정성이 아니었다면 돌아가셨어도 앞서 돌아가셨을 부인을 지극한 사랑으로 돌보시며 부인이 일흔까지만 살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노라고, 그게 당신의 기도 제목이라 하시더니 어느 날 어이없게 부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순 없는 일인데 이 세상 그럴 수 없는 일이 무엇 있겠냐는 듯 당신은 당신의 바램을 가슴에 묻고 당신의 길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망연함 속에 장례를 모시며 마음이 쉽질 않았습니다. 마음이 마구 엉키기도 했다가 굵은 줄 하나가 뚝 끊어지는 것도 같았습니다. 함께 믿음 생활한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그동안 당신은 제게 적잖은 힘이었습니다. 몸에 배인 성실함으로 믿음의 생활도 흐트러짐이 없었고, 더 깊은 믿음을 위해 성경을 배우려는 간절함으로 우린 전에 없던 겨울성경학교를 열기도 했지요,

세례를 받고 집사 직분을 받고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당신의 믿음은 튼실하게 자라는 어린아이 같았습니다. 아이가 튼튼하게 자라는 부모의 기쁨을 당신을 보며 느끼곤 했습니다.

아름답게 자라 좋은 열매 거둘 수 있겠다고, 좋은 기둥 되겠다고 미더운 마음이었습니다. 왠만한 가뭄을 이길 수 있는 든든한 둑을 쌓는다 싶었는데 당신은 그렇게 훌쩍 떠나고 말았습니다.

병을 짐작하고 서울로 올라가며 당신은 뒷일을 걱정하셨지요. 혹 하나님을 믿기 시작한 당신이 어이없이 쓰러짐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하나님 영광 가리우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요. 어느샌지 당신의 믿음은 그만큼 자라 있었던 것이지요. 

유언처럼 하셨던 말씀, 할 수만 있다면 믿음 생활에 최선를 다해 마을 사람 모두를 주님께로 이끌고 싶었노라고 당신 품으셨던 소원을 대할 때, 당신 떠나심이 당신 스스로에게도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아프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사님, 이제 모든 일은 남은 우리들 몫이 되었습니다. 늘 그렇지요. 세상 모든 일은 남을 자의 몫이지요. 당신이 아프게 남긴 뜻을 남은 우리가 살아내야지요.

당신 떠나신 지 두 달여, 정확하게는 49일만에 당신의 부인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무리 자식이라 하지만 병간호가 어찌 당신만큼이나 당연한 일이었겠습니까.

“여보, 자식들에게 그만 폐 끼치고 우리 함께 갑시다.” 손을 잡으신 듯 그렇게 잠깐 사이로 두 분이 나란히 떠났습니다. 먼저 안긴 주님의 품, 넓고 좋은 품을 조금 먼저 누리신 당신이 병으로 고생하는 부인을 어서 오시라 기도로 부르신 것이겠지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주님도 두 분을 큰 사랑과 큰 위로로 받아 주셨겠구요.

함께 나눈 시간은 짧았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허락되었음을 감사드립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요. 

토요일이면 함께 차를 타고 원주를 다녀오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점심을 먹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게 우리에게 허락된 마지막 은총이었습니다. 몇 번은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속내를 고해성사하듯 말씀하셨고 저는 그래도 당신의 말벗이 되었다는 것이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계속될 줄 알았던 그 좋은 시간은 그렇게 쉽게 그쳐 버렸고 은총의 시간을 은총으로 누리는 삶이 소중한 것임을 일깨우며 가슴속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아드님을 통해 당신이 교회를 위해 남기셨다는 헌금을 전해 받았습니다.

그런 귀한 믿음과 우정에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정성으로 십자가를 고쳤고 교회 마당에 흙을 펴고 잔디를 깔았습니다. 당신 남기인 뜻이 당신 원하시는 뜻에 어긋나지 않게 쓰여졌기를 기대합니다.

남이 다 짐작 못하는 아픔과 사랑으로 한평생을 살아오신 집사님. 당신은 한 알 밀알의 삶을 사신 것이었고 한 알 밀알로 사신 당신의 삶은 마침내 귀한 열매로 익을 것입니다.

고통스럽고 초췌한 모습으로 있었던 병원에서의 마지막 모습보단 예의 따뜻하게 웃으시던 일상의 모습으로 당신이 우리 중에, 제게 남아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집사님 편히 쉬십시오. 고마웠습니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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