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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1. 덕은리 가게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6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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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71. 덕은리 가게

 

교회 마당비를 사려고 덕은리 가게로 갔다. 이웃 마을인 조귀농과 다리 하나를 놓고 충청북도로 도가 갈린 덕은리는 흐르는 남한강을 내려다보며 소담스레 자리하고 있다. ‘덕이 숨어있는 마을(德隱里)’이라는 뜻이 그럴듯이 어울린다.

덕은리에 작은 가게가 하나 있다. 규모가 작고 궁색한 구멍가게지만 실은 백화점에 가까운 잡화점이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 아이스크림에서부터 고무줄, 파리채, 고무신, 내의, 앙말, 호미, 괭이, 못, 망치, 빨랫줄, 족대, 낚시, 두부, 막걸리, 형광등... 웬만한 시골 살림에 필요한 물건들은 거반 다 갖춰 놓았다. 

그런대 그날 하필 찾는 마당비가 없었다. 이젠 시골생활도 많이 변해 싸리나무비를 만들기보단 공장에서 나오는 비닐로 만든 비를 사다쓰는 형편이 되었다. 

“잠깐 이리 와 보세유.” 

가게를 보던 할아버지는 찾는 물건이 없자 가게 옆에 붙어있는 허름한 창고로 갔다. 전에 한 달에 한 번 이발소가 열렸던 곳이 이젠 그마저 없어 아예 문을 닫고선 창고로 쓰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선반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내렸는데 보니 대싸리로 만든 빗자루었다. 

“이거락두 쓰실라면 쓰세유.”

할아버지는 당신 마을 쓸기 위해 손수 키워 만든 대싸리비 중에서 그중 튼실한 놈을 골라 내었다. 잘 말린 대싸리로 만든, 정이 가는 빗자루였다. 

“고맙습니다. 얼마 드리면 될까요?” 조심스레 여쭙자 “원, 별말씀을 다 하세유. 그냥 갖다 쓰세유.”

할아버지는 대싸리비 값을 받지 않았다. 팔려고 만든 것도 아니었거니와 창고로 올 때에도 값에 대한 생각은 아예 없었다.

“고맙게 잘 쓰겠습니다.”

고마움을 고마움으로 받았다. 훈훈함! 대싸리비에 담긴 할아버지의 정을 고맙게 새기며 돌아왔다.

잡화를 팔 뿐만 아니라 푸근한 정을 나누는 덕은리 가게!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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