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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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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55.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논둑 밤둑에 벌겋다. 온통 푸르름 짙어가는 논과 밭에 둑들이 벌개 보기가 흉하다.
풀태워 죽이는 약을 뿌렸기 때문이다. 뿌리는 사람에게도 안좋고, 농작물에게도 안좋은 독한 제초제. 왜 안 좋은걸 알면서도 제초제를 썼을까, 혹 누군가는 제초제를 뿌린 사람을 탓할런지 모르겠다. 하기야 풀은 밤에도 잠을 안 잔다는데 그에 비해 제초제는 한번 뿌리기만 하면 쉽게는 풀이 안날만큼 효과가 있으니까 편해질려는 마음으로 제초제를 뿌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단정할 만한 일은 아니다. 대개의 경우는 일손이 모자르기 때문이다. 낫으로 풀을 깎을만한 일손이 부족한 탓이다. 워낙 달리는 일손, 밀린 일이 풀깎는 여유(?)를 허락하질 않는다.
농사짓는 사람은 농약으로 중독되고, 농산물을 먹는 사람은 오염된 것을 먹고, 땅은 땅대로 병드는 모든 것의 악화, 논둑을 낫으로 깎을 만한 일손이 회복 되지 않는 한 우리 삶을 지탱하는 우리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고리들은 툭툭 끊겨 지는 것이다.
벌겋게 타들어 간 논둑 밭둑.
벌겋게 병들어 가는 우리의 삶.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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