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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2. 김천복 할머니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53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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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42. 김천복 할머니


태어난 아기와 아내를 데리러 수원으로 가는 길, 마침 할머니가 문막장에 가는 길이었다.
김천복 할머니와 같이 문막을 나가게 됐다.  할머니는 콩과 깨를 팔아 병원에 들리려던 참이었다. 자꾸만 머리가 어지러웠던 것이다.
콩과 깨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쉽게 팔렸다. 장이랄 것도 없는 몇 사람들의 웅성거림. 할머니는 자기에게 다가온 장꾼에게 밀고 댕기는 홍정 없이 그냥 쉽게 물건을 건네줬다.
콩과 깨를 만들기 위해 고생한 게 얼만데 팔땐 그렇게 쉬웠다. 다시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셔다 드리고 떠나려 할 때 할머니가 창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할머니는 당신 손에 꼭 쥐었던 것을 건네신다. 만원짜리 지폐였다.
깜짝놀라 되돌려 드리자 굳이 사양을 하며 “가서 사모님 고기락두 한 근 사드려유“ 하신다. 다시 돌려드리자 싸움이라도 한 사람처럼 차 안에 돈을 던지더니 저만치 달아나신다.
그 사랑을 어떻게 더 거절할까. 팔십평생 당신은 고기 한점 입에 안 대고 살아왔으면서도 애써 판 콩과 깨 큰돈 아니면서도 뚝 떼어 건네시는 할머니의 정.
내가 얼마나 행복한 녀석인지를, 내가 얼마나 빚지고 살아가는지를 옆자리 할머니가 던지신 구겨진 지폐는 웅변으로 말했다.
저만치 서선 아이처럼 웃으며 잘 다녀오라 손을 흔드는 할머니.
김천복 할머니.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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