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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아쉬운 것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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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767.아쉬운 것


김천복 할머니가 원주를 다녀와 들려준 얘기입니다. 오랜만에 시내에 나간 김에 몇 가지 필요한 물건을 사가지고 집에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를 기다리던 할머니를 보더니 “며느리 시키지 며느리는 뭣하고 노인네를 내보냈느냐?” 고 수근 거렸습니다.
하기사 팔십이 다 된 꼬부랑 노인네가 몇 가지 짐을 챙겨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으니 그런 말을 할 법도 했을 겁니다.
못 들은 채 버스가 와 버스를 탔는데 아, 운전사가 아까 옆 아주머니들 한 얘기를 들은 것처럼 할머니께 또 했습니다. 은근히 화가 나는 걸 참으며 할머니가 점잖게 대답을 했습니다.
“이 늙은 것한테 관심을 가져 주어 고맙습니다. 집에 며느리가 있으면 왜 이 늙은이가 나왔겠습니까. 이 늙은 것 혼자 삽니다.”
그 말을 듣고 운전사가 아무 말을 못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곤 그 자리에 함께 한 할머니 몇 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웃었습니다. 어렵지 않게 만나는, 어디 다니러 나갈 때마다 받아야 했던 주위의 따가운 눈총에 대해 이런저런 애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아쉬운 건 따뜻한 관심이나 동정이 아닙니다. 남 사정도 모르면서 삐뚜룸이 바라보는 시선, 그게 영 불편하고 싫은 것입니다. ‘이 늙은 것 혼자 산다’고 할머니 대답은 찬찬하고 부드러웠지만, 그 말 속에 담겨 있는 쉽지 않은 아픔과 질책을 헤아리는 마음들이 영 아쉽기만 했습니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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