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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97.끝내 돌아서지 못하는 것은
수없이 돌아섭니다.
부름 받은 땅
이 땅에 발 붙여 살면서도
마음은 수 없이 돌아섭니다.
떠날 갈 이 모두 떠난
떠밀린
텅 빈 땅
껍질 같은 땅에 주름진 삶이
상흔처럼 남았습니다.
숯 같은 가슴에서 떨어지는 눈물
받을 길 없고
퍼렇게 멍든 아픈 얘기
피할 길 없을 때
수없이 돌아섭니다.
말뚝처럼 불쌍한 몸뚱아리 남기고서
마음은 수없이 돌아섭니다.
하면서도
끝내 돌아서지 못하는 것은
당신 때문입니다.
갈 테면 가라는
질책도 원망도 아닌
그저
나직한 음성
당신 때문입니다.
텅 빈 땅에
홀로 남는
당신의 긴 그림자 때문입니다.
아니
당신의 맑은 얼굴 때문입니다.
끝내 돌아서지 못하는 것은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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