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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규민이와 밥상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4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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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43.규민이와 밥상


아내가 밥상을 차려들고 올 때면 어린 규민이 녀석이 얼른 나서 상다리 하나를 같이 붙들어 거듭니다. 제 딴엔 엄마를 돕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규민이가 상다리 하나를 붙잡고 뒷걸음을 치며 앞으로 나가면 아내는 더욱 조심스러워집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상위에 차린 음식을 쏟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낸 규민이를 칭찬합니다.
“어유, 규민이가 도와줘서 고맙구나.”
그런 규민이를 볼 때마다 우리들의 삶의 한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실 규민이가 엄마를 돕는 길은 가만히 자리에 앉았다가 차려주는 밥을 맛있게 먹는 일일 겁니다. 일을 돕는다고 상다리를 같이 잡지만 그건 분명 일을 돕는 게 아니라 불편하고 어렵게 만드는 셈입니다.
때로 우리는 뛰어들어 같이 해야 할 일과 가만히 있어야 할 일을 구별 못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없으면 일이 안된다고 생각하며 모든 일에 뛰어드는 어리석음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무관심도 문제지만 잘못된 열심도 문제입니다.
때로는 내가 빠지는 것이 오히려 일을 돕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놀다가도 밥상이 들어오면 같이 한 자리에 둘러 앉아(동참)밥을 맛있게 먹는 것이 좋은 참여의 모습일 때가 있는 것입니다.
엄마의 칭찬이 무얼 의미하는지 아직 규민이가 모르는 건 다만 규민이가 어리기 때문입니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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