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61.함께 나눠야 할 몫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7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161.함께 나눠야 할 몫


“전도사님께 좀 의논할 일이 있어서 왔어요.”
 주일 오후 신 집사님이 찾아오셨다.
오는 길 경운기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 종대 엄마 어떤가 보려고 들렸다가 때마침 쏟아진 비에 마당에 있는 고추 들여봐 주느라 그랬다며, 머리와 옷이 젖어 오셨다. 추워 보였다... 신집사님은 늘 추워 보이신다.
지난 일주일 동안 아들네 집에 다녀왔는데, 아들 말이 방 하나 얻어 드릴테니 자기 있는 동네 근처로 오시라 했다는 것이다.
농촌에서 품 팔아야 고생이고, 병관이 중학교밖에 더 보내겠냐며, 고생하긴 마찬가지라 해도 인접 도시 청주에 가면 일할 것도 많고, 돈도 많이 받을 수 있을 터이니 그게 안 낫겠냐며, 내려오시라 했다 한다.
자칫 또 한분의 교우를 보내겠구나 싶은 큰 아쉬움과, 그런 아쉬움을 이유로 무조건 가지 말라선 안 된다는 다짐이 순간적으로 지난다.
집사님 생각은 어떠시냐고 여러 얘기를 나눴다.
오랠 때 가야지 나중에 귀찮게 가서는 안 될 것 같다고 가는 쪽으로 얘기 하다가도, 시집와서 30년 넘게 살아온 이곳 단강이 고향이라면 고향인데 ‘솥 떼고 3년’이라는데 쉽게 떠날 수 없고...
집사님은 어찌해야 할지 여러 가지로 생각이 겹치고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지금 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중1의 병관이를 데리고 홀로 품을 팔아 생활을 꾸려야 하는 생활엔 더 이상 자신이, 어쩌면 생의 의지가 없어진 것이다.
고르지 못한 일손, 그나마 하루 품을 팔아야 일단 4천원, 그렇게 푼돈 모아야 병관이 차비와 용돈 주고 ‘멸치 대가리도 못 사 먹는’식비 제하고 나면 무일푼.
늘 막막한 삶인데, 이제 곧 일손 끊기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좁다란 방 하나 쓰면서도 그 흔한 새마을 보일러가 없어 -실은 연탄비가 없어 - ‘눈구댕이 빠지면 잔가지 꺾어야 하는’ 또 한 번의 겨울.
아들 얘기 듣고 보니 자신의 삶이 더욱 처연해진 것이다.
막연한 얘기 오가다가 집사님은 확실한 대답 없이 일어나셨다.
어두운 표정이었다.
결국 집사님은 안 떠날 것이다. 그런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집사님 홀로 감당해야 하는 힘겨운 삶의 무게와, 알량한 겨울 추위는 함께 나눠야 할 몫이다. 방충망 망사를 통해 빗길 돌아가는 집사님을 바라보며, 키 작은 집사님의 슬픔어린 작은 생을 바라보며 함께 잦는 가슴.(198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1315 한희철 453.넉넉한 사랑 한희철 2002-01-02 4358
11314 한희철 439.낙서 한희철 2002-01-02 4342
11313 한희철 425.객토작업 한희철 2002-01-02 4354
11312 한희철 411.거리에서 한희철 2002-01-02 4370
11311 한희철 396.무너지는 고향 한희철 2002-01-02 4390
11310 한희철 381.첫 열매의 기억 한희철 2002-01-02 4420
11309 한희철 366.공동 빨래터 한희철 2002-01-02 4350
11308 한희철 351.땀 범벅, 한숨 범벅 한희철 2002-01-02 4329
11307 한희철 336.함께 나누는 마음 한희철 2002-01-02 4381
11306 한희철 322.짓밟힌 흔적 한희철 2002-01-02 4365
11305 한희철 308.반송된 주보 한희철 2002-01-02 4371
11304 한희철 294.공중전화 한희철 2002-01-02 4367
11303 한희철 280.나무를 심는 어린 마음들 한희철 2002-01-02 4377
11302 한희철 266.사탄아 물러가라! 한희철 2002-01-02 4386
11301 한희철 251.가난한 땅에서 드리는 감사 한희철 2002-01-02 4395
11300 한희철 236.어떤 부흥사 한희철 2002-01-02 4388
11299 한희철 221.가슴에 든 멍을 스스로 다스리며 한희철 2002-01-02 4415
11298 한희철 206.아이 발자국 한희철 2002-01-02 4407
11297 한희철 191.안 찢긴 포스터 한희철 2002-01-02 4398
11296 한희철 176.정말로 모자른 것 한희철 2002-01-02 4433
» 한희철 161.함께 나눠야 할 몫 한희철 2002-01-02 4479
11294 한희철 146.해바라기 한희철 2002-01-02 4358
11293 한희철 131.준이의 하루 친구 한희철 2002-01-02 4341
11292 한희철 116.부끄러움 한희철 2002-01-02 4356
11291 한희철 102.찬비 속 당신을 보내며 한희철 2002-01-02 4389
11290 한희철 88.추수감사절 한희철 2002-01-02 4415
11289 한희철 74.해바라기 한희철 2002-01-02 4368
11288 한희철 60.어떤 장례 한희철 2002-01-02 4355
11287 한희철 46.꼬리잡기 한희철 2002-01-02 4402
11286 한희철 32.영적 싸움 한희철 2002-01-02 4382
11285 한희철 11.단비 한희철 2002-01-02 4493
11284 한희철 1522. 비가 온다 한희철 2002-01-02 4383
11283 한희철 1507. 금식 헌금 한희철 2002-01-02 4386
11282 한희철 1491.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한희철 2002-01-02 4410
11281 한희철 1477. 술 심부름 한희철 2002-01-02 4401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