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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6.해바라기
교회 마당 주변을 해바라기들이 서 있다.
키 자랑 하듯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큰다.
너무 바투 자라 제법 속아냈지만, 크는 키와 함께 잎새 또한 크게 자라 교회를 빙 둘러는 해바라기가 손에 손을 잡았다.
잎새 하나 뚝 따서 얼굴 가리면 왠만한 비엔 우산 되지 싶다. 길다랗게 목 빼어든 노란 얼굴들이 해바랄 올 가을은 멋있을게다.
작년 여름 비 오던 날, 승혜 할버니가 심어주신 몇 포기 해바라기가 이렇게 불어난 것이다.
가을, 까맣게 익어 알알이 맺힌 해바라기 씨를 따로 따지 않고 그냥 땅에 떨어뜨린 것이었는데, 그 씨들이 겨울을 견뎌나고 봄이 되어 싹을 낸 것이다.
작은 시작, 큰 결과.
언제나 씨 뿌리는 일은 그러하건만, 사람은 어리석다.
때론 조급하고, 때론 그 힘을 믿지 않는다.
올 한 해를 작년처럼 보내면 내년쯤엔 동네 길가마다 온통 해바라기가 아우성이리라.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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