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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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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46.꼬리잡기
며칠 동안은 저녁마다 꼬리잡기를 했다. 교회 앞마당, 나는 도망가고 아이들은 나를 잡는 것이다. 승호, 종순이, 승혜, 종숙이, 아직 어린 그들의 손을 피하기는 쉽지만,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간 종설이는 만만치가 않다. 뜀도 잘 뛰지만, 웬만한 속임 동작에도 속아주질 않는다. 키 큰 전도사가 어린 꼬마들과 어울려 이리저리 껑충껑충 뛰는 모습은 누가 봐도 우스운 일일 것이다. 잡힐 듯 잡힐 듯 도망가는 전도사를 아이들은 숨이 차도록 쫓아다닌다.
모두의 얼굴엔 이내 땀이 베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교회로 들어서는 제단에 앉아 지는 해를 본다. 다시 또 하자고 조르는 그들을 달래 집으로 보낸다. 집에 가서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준다.
“제일 먼저 이를 닦고, 이를 닦을 땐 위 아래로 그렇지. 그렇게 말이야. 그 다음엔 손을 씻고, 그 다음엔 얼굴, 얼굴을 씻을 땐 목도 벅벅 씻어야 해. 그 다음엔 발을 씻어야 하구. 비누칠 해가지고 발가락 사이를 잘 씻어야 한다고, 알았지?”
“네”
“자, 그럼 자기 집을 향하여 앞으로 가!”
더 하자고 조르던 승호와 종순이도 누나 승혜와 언니 종숙이를 따라 집으로 간다.
덩그마한 교회 마당, 저녁나절 함께 뛰며 까르르 쏟아놓는 아이들의 웃음 가득하다.
“전도사님, 뭣부터 하라고 그랬죠?” 승혜가 되돌아와 다시 묻는다.
“응 이부터 닦으라고. 이렇게 말야.”
“히잉, 알았어요.”
이내 집 앞까지 뛰어간 승혜가 그제서야 생각난 듯 뒤돌아 인사를 한다.
“전도사님 안녕히 계세요.”
“그래 이쁜 꿈 꿔라.”
하지만, 뜀박질에 피곤한 승혜는 꿈꿀 새도 없이 잠을 잘 거다. 어쩌면 꿈속에서도 꼬리잡기를 할지도 모르고.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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