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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영적 싸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2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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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2. 영적 싸움


영적 싸움. 그건 분명한 영적 싸움이었다. 난 목이 쉬도록 찬송을 불렀고, “주 예수 이름으로 명하노니 사탄아 물러가라”를 수없이 반복했다. 이마보다는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밤 11시경. 선배 전도사님과 전화를 하고 있을 때였다. 밖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창문을 여니 한 성도가 지금 빨리 자기 집으로 가야겠다는 것이다.
자기 아들에게 마귀가 들린 것 같다는 것이다. 방안을 깨끗이 치우고 불을 밝히라고, 누군가 오고 있으니 불을 밝히라고, 그리고 점 칠 쌀을 가져 오라고 소릴 지른다는 것이다.
정월 초하루 날도 귀신 섬기다 몇 해 전 죽은 남편이 부엌에서 불을 때는 모습을 선연히 보았다 한다. 웬 낯선 남자와 함께 와서는 웃방에 쌀이 있으니 밥을 해 달랬다는 것이다. 살았을 적 선무당을 했던 남편, 그 남편의 행동을 지금 아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속 드는 불안을 잠깐의 기도로 누른 후, 교인 두 분께 연락을 하고 집을 나섰다. 도착해 보니 그 아들은 벽장문에 몸을 기댄 채 울고 있었다. 베개를 놓고 편히 뉘였다.
그러자 그는 무엇인가 쫓기는 듯 괴로운 표정으로 “안돼 안돼 난 안 갈거야.” 하며 손을 휘젓는다. 그의 손을 마주 잡아 쥐고선 찬송을 불렀다.
“구주예수 의지함이 심히 기쁜 일일세”
목이 쉬도록 찬송을 부르며, 난 속으로 수없이 주의 이름을 불렀다.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여기 이 아들과 저 자신을.”
듣고 배운 것 뿐, 이런 영적인 일에 대해 난 정말 무지하고 무능하다.
내 신앙의 한쪽 구석으로 밀어둔 일들, 그러나 지금은 엄연한 현실이다. 익숙한 일 아니라고 머뭇거릴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럴수록 더욱 절실하게 매달려야 했다. 지지 않게 해 달라고, 당신이 붙잡아 달라고...
한동안 찬송을 불렀을 때, 그는 부스스 눈을 떴고,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핀다. 손짓으로 수건을 달라 하여 얼굴을 닦았다.
교회로 돌아와 잠깐의 기도회를 마친 후 자리에 누웠는데, 쉽게 잠이 오질 않았다. 말 한마디로 귀신을 내쫒았던, 말하기 전 귀신이 먼저 도망했던 예수, 그의 능력을 신기하게만 여기지 말고, 그 능력 갖기까지의 그의 삶을 주목하자.
복음의 핵심이 인간화와 샬롬의 선포에 있다면, 오늘과 같은 일들은 그것을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외면하지 말고 기도하자.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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