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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단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93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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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단비


비가 오셔야 한다고, 새벽 예배 기도를 하던 최일용 성도님은 울먹이며 기도했다.
담배 밭에 비료를 줬는데, 오늘 마저 비가 안 오면 담배가 타 죽고 말 거라고 애원하듯 울먹였다. 이러단 모판마저 마를 것 같다고 이제 준이 아빠를 통해 비가 급함을 듣긴 했지만, 이렇게 다급한 줄은 몰랐다.
마루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데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래 와라. 신나게 좀 와라> 그러나 잠시 후 비가 멈추고 날이 갠다. 일기예보엔 10미리 온다고 했는데, 그것마저도 안 오려나 보다.
아침상을 물리고 마루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며 어린애 땡깡부리듯 항의를 한다.
“하나님, 그것 갖고 될 줄 알아요? 어림없어요. 하나님 노릇 하기가 그리 쉬울 줄 아십니까! 하나님 체면이 설려면 훨씬 많은 비가 와야 된다구요. 아셨어요?”
어리석음을 안다. 그런 투정의 어리석음을 안다. 그러나 그건 말장난이 아니다. 일손 멈추고 비 그친 하늘 안타까이 쳐다 볼 이곳 농민들의 한결같은 마음, 그뿐이다.
하나님도 투정엔 약한가 보다. -한두 번 정도는 해보라 -하늘이 다시 어두워지더니 굵은 비가 저녁 늦게까지 무섭게 왔다. 낮엔 우산도 없이 저수지에 올라가 쫄딱 비를 맞으며 찬송을 불렀다.
“가물어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리시듯 성령의 단비를 부어 새 생명 주옵소서.”
찬송 끝에 두 눈이 뜨겁다. 이 해갈, 해갈의 기쁨! 이런 순간을 위해서라면, 때로 목마름을 목마름으로 지켜도 좋으련만.
젖은 머리 사이론 빗물이 아니라 따뜻한 님의 사랑이 쉼 없이 흘렀다.
(얘기마을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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