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270. 배추값 3만원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54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1270. 배추값 3만원

 

일찍 알았어도 별 뾰족한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준이네 배추 얘기를 들은 것은 너무 늦은 때였다. 제법 많은 배추를 심었는데 다 썩어 들어가도록 팔지를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다 저녁때 들린 준이 엄마가 김치거리 없으면 맘껏 뽑아가라고 아내에게 이르는 말을 듣다 얘기 끝에 나온 배추 사정을 듣게 되었다. 

약 한번 주지 않은 그 아까운 배추가 그냥 밭에서 거반 썩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주 시내에 있는 야채 가게에 전화를 걸어 알아보니 배추 시세가 없어 배추가 다 그 모양이라며 밭에서 포기당 백원 받으면 잘 받는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정말 배추가 춤을 추고 있었다. 작년만 해도 배추가 없어 포기에 몇천원씩을 하더니 올해는 단돈 백원으로 떨어지다니, 그런 요란한 춤이 어디 또 있을까. 

궁리를 하다 시내에 계신 한 집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남은 배추가 얼마 안 되어도 그냥 밭에서 썩도록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혀를 차며 이야기를 들은 집사님은 다음 날 아침 일찍 트럭을 몰고 단강을 찾아왔다. 

두 내외분이 환한 웃음으로 차에서 내렸다. 자기 사업이 있는 바쁜 분들, 쉽지 않은 시간을 잘 알기에 고마움이 더욱 컸다. 교회 마당에 준이네가 캐다 놓은 배추를 트럭에 실었다. 차 한 잔 편히 나누지도 못하고 서둘러 두 사람은 떠났다. 배추 속꼬갱이처럼 환한 웃음을 남기고. 

며칠 후 원주에 나간 김에 집사님 가게에 들렸다. 너무 어렵고 귀찮은 부탁을 드렸지 싶어 미안한 마음이었다. 

얘길 들어보니 집사님 내외는 배추를 싣고나가 몇몇 아는 사람들에게 서너 포기씩을 팔았다. 트럭을 몰고 다니며 일일이 배달을 했던 것이다 

“재밌고 좋드라고요. 한집은 아파트 7층에 살아 엘리베이터에 배추를 싣고 올라갔어요. 올라가며 ‘여보, 우리가 진짜 배추장수 였으면 어땠을까?’ 같이 웃으며 감사를 드렸어요.” 

그러면서 집사님은 배추값으로 삼만원을 건네주셨다. 오십여 포기 가져 나갔으니 포기당 오륙백원을 받은 셈이었다. 

밭 한때기에 배추를 심어 준이네가 건진건 모두 삼만원, 그것도 값을 후하게 친 것이 그랬다. 집사님 내외분은 할 수 있는 한 많은 돈을 만들려 했을 것이고 그런 노력과 정성이 모인 것이 삼만원 이었다. 

트럭 왔다 갔다 한 기름값에 두 분 수고한 걸 굳이 값으로 환산하면 어디 삼만원에 비기랴. 준이네 전하기 위해 배추값 가지고 들어오는 삼만원이 무겁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고... (얘기마을199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1105 한희철 836.마른땅, 그대들의 땀방울은 약비로 내리고 한희철 2002-01-02 4354
» 한희철 1270. 배추값 3만원 한희철 2002-01-02 4354
11103 한희철 425.객토작업 한희철 2002-01-02 4354
11102 한희철 1020. 세워지는 교회 한희철 2002-01-02 4354
11101 한희철 1327. 그리움 한희철 2002-01-02 4354
11100 한희철 1441. 볏가마 도둑 한희철 2002-01-02 4354
11099 한희철 1050. 은희 1 한희철 2002-01-02 4354
11098 한희철 1102. 좋은 만남 한희철 2002-01-02 4354
11097 한희철 1499. 무익한 말 한희철 2002-01-02 4354
11096 한희철 389.편지 한희철 2002-01-02 4354
11095 한희철 477.싹 한희철 2002-01-02 4354
11094 한희철 845.방애 한희철 2002-01-02 4354
11093 한희철 392.미더운 친구 한희철 2002-01-02 4354
11092 한희철 1239. 먼 것이 탈 한희철 2002-01-02 4354
11091 한희철 1322. 두 만남 한희철 2002-01-02 4354
11090 한희철 1240. 어떤 점심 한희철 2002-01-02 4354
11089 한희철 703.친구에게 책 한권 권하며 한희철 2002-01-02 4354
11088 한희철 1525. 쓸쓸하신 하나님 한희철 2002-01-02 4354
11087 한희철 209.여름엔 딴 동네, 겨울엔 한 동네 한희철 2002-01-02 4353
11086 한희철 866.교회 대청소 한희철 2002-01-02 4353
11085 한희철 1297. 아버님의 전화 한희철 2002-01-02 4353
11084 한희철 889.우리집에 놀러와 한희철 2002-01-02 4353
11083 한희철 967. 쉽지 않은 길 한희철 2002-01-02 4353
11082 한희철 1187. 성탄 불빛 한희철 2002-01-02 4353
11081 한희철 663.잠자리떼 한희철 2002-01-02 4353
11080 한희철 942. 김천복 할머니 한희철 2002-01-02 4353
11079 한희철 1409. 무말랭이 한희철 2002-01-02 4353
11078 한희철 1478. 얼굴을 땅에 대고 한희철 2002-01-02 4353
11077 한희철 93.단강의 겨울 한희철 2002-01-02 4353
11076 한희철 271.토끼몰이 한희철 2002-01-02 4353
11075 한희철 489.겨릿소 한희철 2002-01-02 4353
11074 한희철 720.파란 하늘 한희철 2002-01-02 4353
11073 한희철 1386. 소 부리는 소리 한희철 2002-01-02 4353
11072 한희철 549.강 앞에 서면 한희철 2002-01-02 4353
11071 한희철 709.무너진 것들 한희철 2002-01-02 4353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