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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자랑

이현주 이현주............... 조회 수 974 추천 수 0 2003.01.23 08: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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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아무일 안하고 잘 산다> 딸자랑

  모자라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을는지 모르지만 기회가 부어진 마당에 딸자랑 좀 해야겠다. 아내와 나는 딸을 셋 낳았다. 큰 아이는 지금 대학생이 되어 서울에 있고, 둘째는 경남 거창고등학교 2학년생이고, 막내는 충남 홍성에 있는 풀무농업기술학교 1학년생이다. 세 아이 모두 자랑스럽지만 오늘은 둘째딸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름을 '소리'라 지었더니 그래서 그런지 셋 가운데 제일 예민하고 시끄러운 편이다. 중학교를 고향인 충주에서 마치고 멀리 거창으로 유학을 갔는데(물론 본인이 원해서다) 들어 갈 때부터 겨우 턱걸이로 들어가더니 성적표마다 꼴찌부분에서 맴돌기 시작한다. 딴에는 시험 볼 때마다 열심을 내어 노력을 하는 모양인데 도무지 그놈의 성적은 올라가지 않았다. 하긴 열심을 내어 공부하기를 어찌 소리 혼자서만 했겠는가? 모두가 한가지로 달리고 있는데 우리 집 둘째의 성적만 쑥쑥 올라갈 까닭이 없다.

어쨌거나 성적이 나올 때마다 "꼴찌를 해도 좋다. 제발 성적 때문에 기죽지 말고 꿈을 잃거나 낙심하지 말아라"하고 부추겨주기에 바빴다. 인생의 가치는 시험성적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그런데 너무 자주 "꼴지를 해도 좋다"고 말한 탓일까? 지난 여름 정말 꼴찌를 했다. 감기에 걸려서 공부를 못했느니 어쩌니 약간의 변명이 없지는 않았지만, 전화선을 통해 자기 입으로 꼴찌를 했다고 보고를 한다. 우리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일등 이등이 있으면 꼴찌도 있게 마련 아니냐? 너희 반에서 누군가 꼴찌를 해야만 한다면,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 보다 차라리 네가 하는 게 낫지. 그게 마음 편하지 않니? 그렇지만 꼴찌를 한 것 자체를 자랑스러워할 건 없어. 일등도 자랑스러워할 게 아니지만. 제발 그따위 등수에 끄달리지 말고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겠는지 생각하면서 친구들 사귀는 일에 마음을 쓰거라"
전화를 끊고 우리는 둘째가 성적 때문에 의기소침하는 일없이 꿋꿋하고 당차게 자신의 소질을 키우며 푸른 꿈을 간직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진심으로 기도 드렸다.

봄 축제 때 소리는 생전 처음 만들어 보았다는 조소(彫塑)로 상을 받았다. 그까짓 상이야 어쨌거나 첫 솜씨치고는 내가 보아도 기특하다. 봐라 수학공식이나 화학공식을 외는데는 아버지를 닮아 잼병일지는 모르지만 흙 가지고 뭔가를 빚어내는 솜씨만큼은 뛰어나지 않은가? 그러면 됐지 무얼 더 바라랴?

  기숙사생활을 하는데 학기가 바뀔 때마다 침대배치를 다시 한다. 한 번은 햇볕도 들지 않는 가장 구석진 자리, 곰팡이 냄새가 물씬 나는 곳을 차지 했기에 너는 제비 뽑는 것 까지 아버지를 닮았느냐고 했더니, "아니야, 아빠. 실은 내 친구가 이 자리를 뽑았는데 너무 싫어 하기에 내가 바꾸어 주었어"한다. 나는 순간 눈물이 나오려고 하였다.
  세상 사람들아, 꼴찌가 어떻단 말인가? 일 이등 다투면서 저만 아는 놈보다 백배 천배 만배 나는 우리집 딸이 자랑스럽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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