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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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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50.대나무도 벼과지
거제도로 떠나기 위해 가방을 꾸리며 시집 한 권을 챙겨 넣었다. 황동규의 <몰운대행>이었다. 떠날때마다 짐을 줄이자고, 가능하다면 불필요한 짐을 넣지 말아 가볍게 떠나자 하며 웬만한 짐은 빼 버릇하면서도, 거꾸로 챙겨 넣는 것이 시집 한 권쯤이 되었다.
잠 시 잠시 짬이 날 때 끊어 읽기가 좋았고, 툭툭 끊긴듯 이어지는 시의 이미지가 여행 분위기와 걸맞을 때가 많았다. 얼핏 서점에서 훑어본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아(사실 황동규의 시는 거의 빼놓지 않고 읽는 셈이지만)사서 책상에 꽂아 뒀던 책이었다. ‘몰운대행’, 떠남에 대한 내용이었기에 더욱 쉽게 빼들었다.
차를 타고 오가며 이따금씩, 혹 날 밝아오는 새벽녘 거제의 장승포 포구를 내려다보며 베란다에 앉아 읽기도 했다.
그중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 ‘대나무도 벼과(科)지’라는 시였다. 도깨비 바늘이 국화과 식물, 대나무가 벼과(科), 뜻밖의 사실을 확인하며 그는 이렇게 노래하고 있었다.
'생김새 고향 달라도
우리는 얼마나 같은가!
얼마나 다르지 않은가!
마음 속에 감춘 냄새까지도'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 낯선 삶의 모습을 만날 때마다 황동규의 싯구는 무슨 주문처럼 마음 속으로 되살아왔다.
생김새 고향 달라도
우리는 얼마나 같은가!
얼마나 다르지 않 은가!
마음 속에 감춘 냄새까지도 ……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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