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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05.소야, 널 닮고 싶구나
오후에 작실로 올라갔다.
설정순 성도님네 담배를 심는 날이다.
해질녘 돌아오는 길에, 일을 마친 이 속장님네 소를 데리고 왔다. 낯선이가 끈을 잡았는데도 터벅터벅 소는 여전히 제걸음이다.
하루종일 된 일을 했음에도 아무런 싫은 표정이 없다. 그렇게 한 평생 일만 하고서도 죽은 다음 몸뚱아리마저 고기로 남기는 착한 동물.
‘살아 생전 머리에 달린 뿔은 언제, 어디에 쓰는 것일까?’ 깜빡이는 소의 커다란 눈이 유난히 맑고 착하게 보인다.
알아들을 리 없지만 내려 오는 길, 소에게 말을 건넨다.
-소야, 난 네가 좋구나.
널 닮구 싶구나.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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