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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쓸쓸한 노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3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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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7.쓸쓸한 노년


두 분이 사시는 모습은 늘 퀭하고 썰렁하다.
웃음 뒤에도 쓸쓸함이 남는다.
우상이 병부, 손주들 재롱에 기뻐할 때는 몰랐는데, 두 분만 남고 나니 불 안 땐 겨울 방처럼 썰렁하기만 하다.
오랜만에 찾아뵙고 안부를 묻는다.
며칠 후면 아들 이하근 집사 내외와 손주들이 올 거라며 그날을 기다리고 계셨다.
생일을 맞으신 것이다.
관절염 때문인지 불편한 다리로 옮기시려는 나무를, 잘 질 줄 모르는 지게로 두어단 날라다 드렸다.
박민하 성도가 다친 걸 알게 된 건 버스 안에서였다.
보건소에 들렸다 오는 길이라는데 목을 못 움직이셨다. 마늘 밭에 짚을 덮으려 경운기를 뒤로 빼다가 건조실 벽에 부딪쳐 목을 다쳤다는 것이다.
노인의 몸으로, 그 불편한 몸으로 한 시간 너머 거리 원주까지 혼자 치료를 받으러 나가시는 길이었다.
다행히 엑스레이 촬영결과 뼈가 다치진 않았다.
닷세치 약을 타가지고 돌아왔다.
이농현상을 따라 이곳 단강에서도 노인들만 사는 분이 많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편히 쉬는 게 아니다.  그냥 노는 땅이 느는 것도 사실이지만 힘에 부치도록 노인들도 일한다.
흩어져 사는 자식들. 그들에게 쌀이라도, 양념이라도 대주려면 이른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쉴 새가 없다.
그러다 그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병이라도 나면, 병원은 멀고 자식은 더 멀고...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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