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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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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62. 메주
“목사님. 내년부터는 메주 쑤는 일,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주일 아침 예배를 마치고 메주 쑤는 일에 대해 회의를 하는데 이야기를 마쳐 갈 즈음 이종태 권사님이 말했다.
힘에 벅차 더는 못하겠다는 얘기였다. 그건 단지 이 권사님 혼자만의 의견은 아니어서, 같은 생각을 가진 교우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터였다.
사실 메주를 쑤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온 교인이 나서 개미 역사하듯 바지런히 움직여야 하는데, 움직인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한해가 다르게 몸이 쇠약해져 가니 콩을 들어 움직이는 일 자체가 힘들어지고 말았다.
서너 해 메주를 쑤어오며 내년에 또 할 수 있을까? 늘 그런 안스런 생각이 들곤 했다.
그래도, 조금 벅차더라도 일을 하는 것이 그나마 농촌교회가 할 일, 농촌이 어려우니 우리를 돕는 것을 당연한 일 아니냐는 듯, 가만 앉아 있는 것은 그야말로 거지 근성, 어렵더라도 할 일을 찾아하는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될 일이라는 생각이 마음속 분명하면서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점점 어려워 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런데 그 얘기가 교인의 입을 통해서 먼저 나왔다. 쉽지 않은 이야기였고, 금이 가듯 마음이 아팠다. 현실을 인정하자니 한없이 안스럽고 측은하고, 극복하자니 버겁고.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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