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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5. 친구와 신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76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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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25. 친구와 신뢰

 

사실 난 그날 저녁 아내 말에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고, 방식이었다. 

일은 그날 낮에 있었다. 잠깐 예배당에 들렸다오니 학교에서 돌아온 소리가 같이 집에 들린 제 반 친구와 현관에서 어색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알고 보니 소리가 엄마에게 받은 선물을 그 친구에게 자랑했는데, 잠깐 있다 보니 그 선물이 없어진 것이었고, 소리는 혹시 네가 갖지않았느냐고 친구의 주머니를 살피려 했고 친구는 애써 소리 손을 피하려고 하고 있는 중이었다. 

엄마 아빠 없이 할머니 밑에서 자라는 아이. 언젠지부터 모자른 관심을 벌충이나 하려는 듯 남의 물건에 손대는 버릇이 생겨 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아이였다. 

전에도 결혼 예물 시계를 비롯한 몇몇 물건들이 하필이면 그 아이 다녀간 뒤 없어져 속이 상한 일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 아이를 무작정 추궁할 일도 아니었다. 어린 영혼에 자칫 화인을 찍는 일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몇 번 말을 돌려 좋은 말로 격려하기도 하고 바른 삶과 좋은 꿈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했지만 한번 든 그 버릇은 쉽게 고쳐지질 않아 이따금씩 그런 일들이 반복되곤 했다. 

어렴풋 눈치를 챘을 것도 같은데 그래도 소리는 자기의 유일한 친구인 그 아이를 자주 집에 데려오곤 했다. (소리네 반인 2학년 모두 4명, 그중 여학생은 소리와 그 친구들 뿐이다) 

실랑이를 벌이는 두 녀석을 향해 “그러지 마라” 애매하게 타이르곤 그 들어왔지만 실은 속이 상했다. 아내는 꽃꽂이 모임에 다녀와 저녁을 먹으면서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길 들었는데 얘길 듣자마자 아내는 소리에게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소리야, 그런 일로 친구를 의심하면 되니? 친구를 의심하며 주머니를 뒤지면 친구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니? 그렇게 하면 친구를 잃어버리게 되는 거야.” 

난 우리가 몇 번 그랬던 대로 아이들이 잠든 시간 속상한 마음을 털 놓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을 고칠 수 있을지 

또한 그 아이의 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을지, 그렇게 속상한 마음을 털어 버릴줄 알았다. 그런데 모든 것을 능히 짐작 하면서도 그렇게 얘기하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친구를 향한 신뢰의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돕는, 아내의 뜻밖의 손길 인상적이었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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