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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5. 변관수 할아버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8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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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55.변관수 할아버지

 

섬들 윗담말에 올라갔다가 변관수 할아버지를 만났다. ‘여기 좀 앉아 보라’며 할아버지는 자꾸만 나를 붙들어 자리에 앉혔다. 

어디서 드셨는지 약주를 과하게 드신 상태였다. 몇몇 지나가던 마을 분들이 그냥 얼른 가라며 나에게 눈짓을 했지만 할아버지가 그러시는 건 결국 외로워서 그러시는 것. 누군가 말 벗이 필요해서 그런 것. 그냥 땅에 할아버지와 쭈그리고 앉아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몇 번이고 들었던 얘기, 당신 살아온 지난 날들하며 농사짓는 괴로움과 자부심, 어려움 중에서도 자식들을 길러낸 뿌듯함 등 이제는 익숙해진 얘기들을 다시 한번 들었다. 

얘기가 끝나갈 무렵 “할아버지, 교회 쪽으로 일하러 오시면 들려 차 한잔 하세요. 할아버지 좋아하시는 커피 타 드릴께요.” 하고 할아버지께 인사를 했다. 

사실은 교회 바로 옆의 밭이 할아버지네 밭인데 가끔 할아버지가 일하실 때 차를 타다 드린 적이 있다. 그때마다 차를 얼마나 고 맙게 드시는지 몰랐다. 

“이제 그만 일어서렵니다.” 하는 뜻으로 인사를 드렸는데 할아버지의 얘기는 계속됐다.

 “목사님, 목사님이 차를 타 주지만 실은 목사님이 타능게 아니에유. 다 하늘님이 ‘차를 타다 드려라.’ 하는 맘을 주셨기 때문이지, 하늘님이 그런 맘 주시지 않으면 천하의 목사님두 그런 일 못하는 거예유.” 

아. 할아버지의 말씀은 얼마나 옳고 얼마나 정확한 말인가. 취중에 대번에 할아버지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실 수 있었을까. 

한평생 농사를 지으며 몸으로 익혀온 순명의 삶, 모든 일을 하늘 뜻으로 받아들였던 땅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 거기서 무엇이 다를까. 

할아버지 말씀은 두고두고 그윽하게 남으리라.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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