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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3. 촌촌히 낫겠지유. ...뭐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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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73. 촌촌히 낫겠지유. ...뭐

 

어느 날, 저녁예배를 드리러 내려온 허석분 할머니를 뵈니 한쪽 눈 주변이 시퍼렇다. 예배를 드릴 때는 몰랐는데 예배를 마치고 인사를 나누다 보니 멍 자국이 보통이 아니었다. “꽉, 부댔어유.” 

부끄러운지 웃기만 할 뿐 한참 말을 피하던 할머니가 걱정스레 둘러선 교우들께 다친 이유를 댔다. 마당으로 내려오려고 댓돌을 딛는 순간 그만 발을 헛디뎌 마당으로 나동그라졌다는 것이었다. 

할머니네의 마루와 댓돌, 댓돌과 마당까지의 만만치 않은 높이, 거기서 마당으로 나뒹굴의셨다니 얘기를 듣는 순간 아찔했다. 

곧 여든이 되시는 할머니, 할머니는 혼자서 산다. 돌돌돌돌 문간에 말아 세운 제법 많은 멍석들, 헛광 위에 올려둔 모판 비닐을 씌우던 대나무 가지들, 꺼멓게 색깔이 발한 채 키가 쑥 줄어든 장작들, 지금은 다 필요없어 보이지만 할머니는 아직껏 장작을 때서 사신다. 그 흔한 보일러를 마다하고 당신 방을, 방의 구들장을 손수 불을 때서 덥히신다. 

밥 지을 때마다 불 땔 때마다 마루에서 섬들로, 섬돌에서 마당으로, 마당에서 다시 움푹 들어간 부엌으로 들어가야 하는 할머니, 한평생 그렇게 살아온 집, 생활이었지만 이젠 쇠약해진 몸, 당신 몸을 못 가누고 넘어지신 것이었다. 

“어떻하죠?” 집까지 모셔다 드리는 길, 대책 없는 걱정을 하자 할머니는 태연하게 대답을 하신다. 

“이러단 촌촌히 낫겠지유. ...뭐”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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