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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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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05. 쌍무지개
성경학교 둘째날, 간간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이었다. 마을 어린이들이 다 모였는데도 30여명, 멀리서 찾아온 선생님들과 함께 즐겁고 신나는 시간들은 변함없이 이어 졌지만 왠지모를 허전함이 마음 밑으로 고여 들었다.
오후 순서를 마치고 아이들을 돌려 보낸뒤 김영옥 속장님네로 저녁을 먹으러 갈 때였다.
교회마당에서 아직 안 나온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맞은편 산 상자골에 환한 햇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온통 흐린 하늘, 어디선가 구름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다. 마치 영화관에서 모든 불빛이 꺼지고 막 영화가 시작되어 화면 에만 환한 빛이 있는 것 같았다. 붉은 셀로판지를 통해 내비치는 듯 신비한 빛깔의 빛이었다. 상자골만 빛이 머물러 있었다.
드문 모습 앞에 한동안 붙잡혀 서 있었다. 그때였다. 누가 슬쩍 얹어 놓은 듯 동그랗게 퍼져 흐르는 빛둘레, 상자골을 품으며 무지개가 돋아났다.
“아 -”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장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나인 줄 알았던 무지개가 보니 또 하나, 같은 빛깔의 무지개가 그림자처럼 또 하나 걸리는 것이었다. 쌍무지개였다.
무지개에 담긴 약속이 눈물속 떠올랐다. 이 땅 버리지 않겠노라는 하늘의 약속이 상자골을 뒤덮은 빛잔치 속에 새겨지듯 들려왔다.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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